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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Dec 18. 2020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밤을 보내고 있을 당신께

 '오늘도' 밤을 지새우며 글을 쓴다.

늦은 밤부터 어슴푸레 해가 뜨기 시작할 때까지의 시간, 그러니까 밤낮으로 분주한 이 도시마저 고요해지는 깊은 새벽은 무언가를 끄적이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글을 쓰는 일은 내 마음속 아주 사소한 감정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한다.

어떠한 기억, 어떠한 아픔, 어떠한 슬픔과 기쁨 속에서 나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 생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리하여 나는 어떤 말을 하고 싶어 졌는지 곰곰이 따져보는 과정을 거쳐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그런 나에게 글쓰기는 정말이지 섬세하고 정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토록 품이 많이 드는 일을 할 때는 작은 소음과 약간의 부산스러움도 큰 방해가 된다.

한마디로 소란한 환경에서 나는 나 스스로를 '잘' 바라볼 수 없게 되고, 이는 나로 하여금 한 편의 글 다운 글조차 쓰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온갖 소음도 빛도 착 가라앉은 이 밤에 글을 쓴다.


 돌이켜보니 글을 쓰는 일은 결국 나 스스로를 기르는 일이었다.

글을 쓰며 스스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나 자신에게 건네는 법을 배웠다.

내게 글과 밤은 언제나 함께였으므로, 결국 밤이 나를 기른 셈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 밤들에 대한 나의 작은 기록이다.

나에게 밤이 그래 주었듯이, 나의 어쭙잖은 글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글을 읽는 동안에는 당신이 조금이나마 덜 아팠으면 좋겠다.

아니.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나의 글로 인해 당신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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