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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Dec 22. 2020

여름, 낙산

지나간 사랑에 대한 덤덤한 스케치

 그해 여름.
별과 달과 저 멀리 보이던 N서울타워의 푸른 불빛이 묵빛 하늘을 수놓던 낙산의 밤.
가파른 오르막의 끝에 다다른 나와 너는, 우리 앞에 펼쳐진 이 도시의 온갖 빛에 압도되었지.

 해가 져도 여전히 분주한 서울의 밤을 바라보며 함께라서 참 행복하다는 생각에 물들 때쯤 우연 치고는 너무 완벽하게도, 한쪽씩 나누어 낀 이어폰에서는 영화 라라랜드의 배경음악 'City Of Stars'가 흘러나왔지.

 너는 엠마 스톤이 나는 라이언 고슬링이 되어 함께 그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이내 가볍게 어깨춤을 추었고

 '우리한테는 탭댄스를 추는 재주가 없으니까' 능청스러운 나의 말에 '이게 낙산에 더 어울리는걸' 너는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며 대꾸했지.

 그리고 지금.
그날 밤 낙산에서 약속했던 우리들의 영원한 사랑도,

나를 사랑했던 그때의 너도, 너를 깊이 사랑했던 그때의 나도 없지.

  그래도 서울의 밤은 여전히 부산스럽고, 낙산의 밤은 여전히 아름다울 테고, 저 멀리 N서울타워의 불빛은 낙산을 바라보며 푸르게 웃어 보일 테고, 언제고 나와 너는 다른 이의 손을 잡고 다시 낙산에 오를 테지.

 나는 그때와는 조금 다른 결말을 위해서 'City Of Stars'와는 다른 노래를 틀기로 다짐해.
이를테면 영화 라붐의 'Reality'나 비긴 어게인의 'Lost stars'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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