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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Dec 23. 2020

세렌디피티, 우연이 그려내는 삶

 세계적인 온라인 커머스 회사 '아마존'은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대학시절 우연히 자신의 차고에서 두어 권의 중고책을 내다 판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거듭된 가난과 불운을 이겨내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사람이 된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그녀 역시 어린 시절 우연히 얻은 라디오 방송국 견학 기회를 계기로 방송계에 발을 들였다.

 세렌디피티, '뜻밖의 행운' '우연한 발견'이라는 의미의 이 단어는 제프 베조스와, 오프라 윈프리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집약한다.
뜻밖의 기회, 우연한 행운을 만나 그것을 활용하여 삶에서 무언가를 얻거나, 아예 삶이 전혀 상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린 그들의 삶 말이다.

 당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선 당신의 존재부터 바로 이 '세렌디피티'의 결과이다. 이 세계를 이루는 수많은 사람들 중 유독 인연이 닿은 당신의 부모가 서로 만나, 다른 이도 아닌 '당신'이라는 존재를 만들어낸 것 역시 우연의 결과가 아니던가.
또 우연히 어떤 이와 인연이 닿는다거나, 길을 가다가 의도치 않게 접하게 된 책이나 영화로 인해 삶의 태도와 지침이 바뀌는 것 역시 이 세렌디피티의 결과인 것이다.

 근래 들어 나의 삶에 이 '세렌디피티'의 힘이 유독 크게 작용하는 기분이다.
이십 대의 초입, 아주 힘들던 그 시간들을 그저 버텨내기 위하여, 나름의 하루를 살아내기 위하여 시작한 책 읽기와 글쓰기가 이젠 내가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더 많은 기회에 닿게 한다.

 꿈도 꿈이지만(필자는 공익광고기획자/카피라이터가 되고자 한다) 주변인들을 돕기 위함이 더 컸기에 뛰어든 연합 광고제가 예상보다 그 규모가 훨씬 커져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가 되어가고 있다.
또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이들이 주는 유무형의 영향들이 내 안에 조금은 시들어 있던 꿈에 대한 열정과 도전의식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

 고교시절 친구 녀석이 장난 삼아했던 일들이 나에게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로 작용하기도 하며,
오래전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간 연인이 즐겨 듣던 유재하의 노래가 지금은 일상에 지친 스스로를 달래는 쉼터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연이 만들어낸 참 신기한 일들이다.

 거듭된 혁신으로 세상을 바꾼 애플의 스티븐 잡스는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우리 삶의 순간순간을 '점'이라고 표현하였다. 우리 삶에서 우연히 수많은 이들을 만나고, 수많은 일들을 경험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을 찍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찍힌 점들이 훗날 어떤 시점에서 서로 연결되어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어떤 형태의 그림을 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 그가 대학을 자퇴하고 학교를 전전하며 도강한 '서예 강의'가 훗날 그가 제작한 컴퓨터 '매킨토시'의 다양한 서체와 기능 개발에 영감을 준 것처럼 말이다.

 모든 순간엔 의미가 있다. 또 그 모든 순간은 훗날 어떤 우연한 계기로 나의 삶을 바꾸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언제 어느 시점에, '세렌디피티'의 순간이 우리에게 어떤 기회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모든 순간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 그 기민하고 영민한 태도가 우리에게 우연히 다가오는 기회를 살려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나에게 올 '세렌디피티'의 순간을 성공의 기회로 삼기 위하여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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