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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Jan 25. 2021

소년의 언어

가장 서러운 성장통

겨우내 언 땅을 억지로 파낸다.
더딘 삽질로, 이별을 늦추려는 듯 더딘 삽질로.

아직 감정이 영글지 못한 소년은
그저 운다.
눈물만이 슬픔을 해결하는 유일한 해법인 듯
그저 운다.

죽음이 남기는 건 그저 슬픔만이 아니라,
깊은 성숙의 어디쯤인 것을
소년은 알지 못한다.

그저 운다.
눈물만이 그가 가진 유일한 언어인 듯.



작가의 말

 난생처음으로 죽음을 목도한 해, 나의 키는 10cm가 넘게 자랐다. 어쩌면 나의 마음도 10cm가 넘게 자랐을지도 모른다. '죽음 앞에서 흘린 눈물이 나의 성장을 막고 있던 내 몸 안 나쁜 독소들을 다 씻어냈나' 나는 생각했다.

  그다음으로 죽음을 목도한 해, 이미 성장이 멈추어 버린 나의 키는 그대로였지만 나의 마음은 다시 10cm가 자랐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다.

 나의 몸과 마음을 키운 죽음들은 타인의 것이기도,나의 것이기도 했다. 

이미 벌어진 죽음이기도, 자꾸만 스스로 당겨오던 아직 채 벌어지지 않은 죽음이기도 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죽음을 겪고 나서야 어른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죽음이 남기는 발자국에 대해 상상한다.
발자국의 크기와 모양과 방향에 대해 생각한다.
겪을 때마다 커지는 발자국의 크기는 다시 내 몸과 마음을 몇 cm나 더 키울지, 세상에서 가장 슬픈 호기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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