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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Feb 06. 2021

결박

그리고 데미안

먼 데서 선선한 바람이 일어, 바람이 일어.
혼곤하게 잡히는 정신의 한 자락

저마다의 뭇별을 찾은 이들이
저기 저 먼 곳에 또렷이 보이는데
나는, 이곳 사상의 동심원만 맴맴 돌았다.

친친 감긴 결박 속에
희미한 빛을 내는 작고 가엾은 별 하나.
머뭇거리다, 머뭇거리다.
애써 움직거린다.

단단한 결박에 티끌 같은 흠집이라도
내어보려고, 내어보려고.


작가의 말.
 
 어쩌면 우리는 끊임없이 어딘가에 묶이거나 갇혀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그 속에서 안정을 찾기도 하며, 어느 순간 알을 깨고 나오려는 새처럼 그 결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하기도 한다.

 그 결박은 날 때부터 주어진 환경이 되기도, 살아내야 할 운명이 되기도, 스스로도 모르는 스스로의 내면이 되기도, 숙명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자신만의 예술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 모든 일련의 것들을 선하거나 악하다고 예단하지 않겠다.


 자신만의 결박을 깨고 나온 이들, 적어도 자신의 결박을 깨려고 시도해본 이들은 그 일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안다. 결박을 깨기 위해 망치를 휘두르는 일은 결국 스스로에 오래도록 천착한 후 마침내 행동으로 옮겨내는 일이다.

 그 일이 얼마나 외롭고 괴로운지 아는 사람은 결코 누군가의 세계를 가볍게 예단하지 못할 것이다.

매일의 망치질에 그 사람은 얼마나 많은 진력을 다했을까,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했으며 외롭고 괴로웠을까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오늘도 찰나 같은 충만함을 위해, 두려운 공백을 홀로 견디며 계속해서 자신의 결박에 작은 흠집을 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존경을 표한다.
한 때 나였고, 어쩌면 여전히 나일지도 모를 그이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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