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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Jun 30. 2021

밤의 바다에 너의 주검이 떠오른 날

청년들이 꿈을 잃는 이 시대에 부침

꿈을 꿀 수 없는 캄캄한 밤이라고 너는 말했다

그마저 죽은 듯이 빠져들던 잠깐의 단잠조차 

이제는 도무지 청할 수 없노라고 너는 내게 말했다


푸른 젊음이 다만 일소(牛)처럼 부려지다 이내 쉽게 버려지고 마는 창백한 오늘

역시나 그 오늘이 만들어 낸 하루를 살아가는 나이기에

이 밤이 지나면 새벽도 아침도 환한 대낮도 올 거라는 말을 네 앞에 꺼내놓지 못했다


눈꺼풀을 묶어놓는 굽은 족쇄가 더는 느껴지지 않을 때 

꼭 다시 마주하자는 시린 약속을 나의 손에 쥐어주며 

네가 떠나던 날 나는 너를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천근같은 예감 속을 거닐었다


그 예감은 마침내 너를 죽였다

밤의 바다에 너의 주검이 떠오른 날

나는 가장 먼저 너의 눈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감지 못한 그 맑은 눈망울에는 습한 밤의 흔적이 

서려있었다


여전히 뜨고 있는 내 눈에 

오래도록 참아내던 눈물이 흘렀다

꿈은 없는 무채색의 밤이라고 나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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