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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이지 Apr 23. 2021

[암밍아웃]암 발견부터 수술 예약까지

불과 한 달 전 동생은 암수술을 했다.  동생은 건강 염령증이 많은 사람이라 일 년이면 이런저런 검사를 많이 한다. 그래서 병원이나 건강 문제에 한해서는 거의 박사님 수준이다.


 올해도 매년 하던 유방&갑상선 초음파를 하던 중 갑상선에 암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세침검사 후 갑상선 유두암인 것을 알게 됐고, 바로 가족들에게 알렸다.  처음에는 암이라는 것에 가족들이 놀라기도 했지만, 갑상선 암은 예후가 좋고, 수술하면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직 출산도 안 하고 임신을 앞두고 있는 동생이 걱정되긴 했다.


 하지만 가족이기에 너무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힘들고, 동생 또한 평소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행동했기에, 우리 가족의 일상은 어느 암환자의 집처럼 우울하지만은 않았다. 다만, 동생의 결과를 듣고 나니 나도 임신, 출산과 함께 몇 년 동안 하지 않았던 유방&갑상선 초음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회사에 연차를 내고 동네 유방외과를 찾아 검사를 했다.


 유방은 예전 맘모톰을 진행했던 섬유선종이 다시 생겼다고 해서 또 맘모톰 시술을 고려해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갑상선은 작은 물혹과 더불어 석회화된 결절이 발견되어 세침검사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불안한 마음에 그날 바로 세침검사를 했는데, 진짜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다. 마취도 없이 주사 바늘을 목에 넣어 막 흔들어 되는데 그날 하루는 계속 목이 불편했다. 


 결과는 일주일 후에 들을 수 있었고, 나는 세침검사에서 5단계로 거의 암으로 확정되었다. 바로 동생이 수술한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예약했고, 회사에 휴가를 내고 검진을 받았다.


그날 아침 9시에 예약을 한 병원에 가서 의사와 첫 미팅을 하고, 나는 반절제 수술을 권유받았다.

이미 암이라고 예상을 하고 가서 그런지 의사의 진단에 초연해졌다. 내가 암환자라니? 라는 절망에 빠질 겨를도 없이 모든게 속전속결이었다.

몇 군데 더 진단을 받는게 좋을거 같아서 타 병원 예약도 하긴했는데, 예전 허리디스크 소견 있을 때 병원투어를 해봤던 기억이 굉장히 체력소모적이어서  가까운 대학병원+동생이 수술한 병원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하기로 했다. 물론 신촌 세브란스는 갑상선암 수술에 있어 굉장히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명의로 인정받는 남기현 교수님께 진료 받았으면 했지만, 선생님은 워낙 스케쥴도 많고 수술도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커뮤니티 내 평이 좋은 강상욱 교수님께 진료 예약을 했다. 물론 동생이 했던 여자 선생님도 있었지만, 주치의를 다르게 가고 싶은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오후 2시까지 엄청난 검사를 했다.  피검사, 소변검사, 초음파, CT, 심전도 등등.... 

전날 10시부터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갔기에 머리가 핑 돌았고, 목마름이 심했다. 본관과 암병동을 왔다 갔다 하며 검사를 받다 보니 그날  아침부터 병원에서 모든 과정을 마치니 만 4천 보정도를 걸었다. 병원비는 60만원! (물론 보험 처리할거다)


보호자 없이 갔기에 혼자서 모든 과정을 다했는데, 굳이 보호자가 있는 것보다는 혼자 기다리는 게 맘이 편한 느낌이었다. 이 지난한 과정을 옆에서 보호자가 그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은 너무 에너지 소모적이다. 


 그런데 초음파 추가 검사 결과 약간의 전이가 보인다며 림프 근처에 다시 세침검사를 하자고 한다. 다행히 그날의 세침은 전보다는 아픔의 단계가 적었다. 다만 임파선 쪽에 전이를 하게 되면 절제 범위가 더 넓어진다는 수술 코디의 말에 갑자기 머리가 핑 돌았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절개 수술을 하려 했는데,  전이 시에는 12센티 정도 절개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로봇수술까지 고려해 보기로 했다. 근데 로봇수술은 갑상선만 제거 시 880만 원, 림프 근처 미세 전이까지 제거 시 1100만 원이라고 한다.

절제는 고작 100만 원인데.... 허허허 암튼 수술법은 좀 더 고민해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조형제 CT 검사 후 작은 페트병의 물 2통을 연거푸 마셔서 그런지 그날은 잠들때까지 화장실 가느라 하루를 다 허비했다. 병원에서 나와 신촌에서 맛있는 것 좀 먹어보자 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또 화장실이 가고 싶어 져서 근처 백화점을 찾았고, 화장실에 다녀온 뒤 빨리 뭐라도 먹어야 할거 같아서, 가장 가까운 미역국 정식 집에 들어가 가자미 듬뿍 든 미역국 정식을 먹게 됐다. (후에 보니 갑상선 안 좋은 사람들에게 미역국은 그다지 좋은 음식이 아니었다. 그래도 너무 맛있었다 헤헤:-)


암튼 기진맥진한 상태로 돌아왔고, 엄마가 요청한 자동차 정기검진까지 마치고 나니 하루가 끝나버렸다.

다행히 아기는 어린이집 하원 후 아빠가 친정집에 데려가셔서 그날 저녁은 좀 더 여유롭게 쉴 수 있었다.


4월 30일 날 이비인후과, 심장과 등 협진이 필요한 과 투어를 해야 해서 또 병원을 찾아야 한다. 남편이 같이 가자고 하는데 거의 시간 별로 배치된 진료 예약을 보니 혼자 가는 게 편할 거 같다. 그날 무슨 말을 들을지 너무 떨린다. 전이만 없었으면 좋겠는데, 미세전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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