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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Nov 25. 2022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다

현재에 집중하며 감사하며 살기

    요즘 일과는 거의 비슷하다. 디즈니의 라푼젤 일과와 비슷해졌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청소기 돌리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좀 쉬다가 동생이 오면 수학 과외를 시작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오늘은 월드컵을 봤다.  가끔 전 남자 친구가 생각나지만 나름대로 잊어가고 있다. 어떻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연재 중이다. 제목은 '데자뷔'.  이게 바로 내가 아픔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방법이다. 차단하기 전에 나는 미안해하는 전 남자 친구에게 더 이상 자책하고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고는 다음에 다른 사람과 연애할 때는 그런 실수하지 말라고 했다. 아직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고 말했고, 그다음에 연락처를 지우고, 카톡 차단을 했다. 실수가 아니라는 걸 안다. 그의 습관, 혹은 천성이라는 걸 안다. 절대 쉽게 고쳐지지 않겠지. 나를 위해서 고치겠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걸 알 정도로 나는 마냥 순진하지 않다. 마치 그를 믿지만 그의 됨됨이는 못 믿는 인간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된 나였다. 


     동생은 자꾸 타협을 하려고 하고, 잘할 때마다 보상을 원했다. 밖에 나가서 격하게 놀다 들어와서 다친 후,  나에게 이것저것 시켜댔다. 짜증이 났지만 정말 아파 보여서 나는 관대한 마음으로 잘 보살펴줬다. 동생이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면 그냥 걷어찼을 것이다. 토익 공부와 운전면허 필기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귀찮아서 좀 미루고 있다. 곧 일상이 지겨워지면 손을 대기 시작하겠지. 다다음주에는 가족들과 여수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 포차에서 맛있는 걸 많이 먹고, 부모님 동의하에 술로 밤샘을 허락받았다. 내 주량을 확인해볼 기회이다. 성인이 되기까지 2달 반 정도 남았지만 성인도 아닌 아이도 아닌 이 중간 시기가 내게는 너무 편하고 좋다.


   다가올 시련과 고난은 그때 가서 부딪히고 싶다. 지금은 현재에 집중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인생을 즐기고 싶다. 그것도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저번 주에는 정신과에서 처방받던 약 복용량도 줄이기 시작했다. 안 먹게 되는 그날을 고대하며 나는 담담하게 병원 건물을 걸어 나왔다. 유난히 밝은 하늘에 나는 나를 괴롭혔던 속박에서 자유가 된 것인지 착각 아닌 착각을 하며 잠시 동안 황홀감에 빠졌다. 이제부터 시작인 것을 안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닌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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