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충되는 두 마음
수능 준비할 때보다 끝나고 나서 더 바빠진 것 같다. 하지만 이 바쁨이 나쁘지 않다. 하루 일과는 동생에게 과외를 해주고, 알바를 하고, 글을 쓰고, 독서를 하고, 집안일을 하고 학교를 간다. 요즘 수능이 끝나고 난 후여서 학생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존중에 관한 문제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설마 했는데 담배를 피우고 학교를 탈주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반은 무관한 얘기이니 신경 쓰지 말자. 동생은 과외할 때마다 칭찬도장을 찍어달라고 했고, 10개를 모으자 내 주머니를 뜯어내기에 성공했다. 그냥 사 먹는 게 좋을 것 같은 초콜릿을 코코아 파우더에 연유를 넣고 팔이 빠질 때까지 저어서 냉장고에 넣고 설탕을 뿌렸댔다. 결국에는 한 마디로 서양 인절미라는 이름이 붙어야 할 것 같은 결과물이 만들어졌고, 맛은 보통인 것 같은데 점성이 너무 탁월해서 목구멍에 걸릴 것만 같은 파베 초콜릿이 탄생했다.
동생은 이런 건 너무 잘 요구하는데 숙제는 할 시간이 없다면서 계속 안 해온다. 어쩌면 좋을까. 자꾸 밖으로 나돌아 나디면서 노는 시간은 충분한 것 같은데. 물론 동생 입장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숙제도 안 하고 진도를 그냥 나가는 건 의미 없다. 그냥 돈만 받으려고 하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내 성격에 그냥 대충은 없다. 그게 나 자신의 체력을 깎아 먹기도 하지만 내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수능 성적표도 아직 안 나왔고, 대학 발표도 12월에 몰아서 있기 때문에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을 수가 없다. 이제 곧 뜨개질도 시작해야 하고, 운전면허도 따야 하고, 토익 시험도 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들 다 할 시간이 없다.
시간은 만들기 나름이라는데 난 지금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아마 늦게까지 노느라 낮과 밤이 바뀐 것도 한 몫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시간에 해야 할 것들을 더 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만, 위에 내가 말했던 일과를 보내고 나서 그것들을 하고 나면 나는 눈 뜰 때부터 눈 감을 때까지 해야 하는 것들만 하다가 자게 된다. 수능이 끝나서 놀고 싶은 마음과 성실하게 성인이 될 준비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상충한다. 인생에서 균형을 맞추면서 조절한다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결국 그 최고의 비율을 찾아내는 게 과정의 일부분인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