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How I am coping these days

요즘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by 몽도리

부모님과 함께 산다는 건 어느 정도 나의 자유와 자존감을 내어준다는 사실이다.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독립을 하기 위해 나는 여러 가지를 조금씩 시도 중이다. 내가 우울증에 걸린 건 큰 방해물이 아닐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약도 먹고 상담도 받으며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는 중이다. 국비지원으로 컴퓨터 수업을 받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배울 때는 재미도 있고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 제약이 걸리고 시험 준비 상태가 되자, 불안장애가 다시 나를 만나러 왔다. 결과적으로 그날 요가도 잘 안 따라가져서 집에서 펑펑 울고 동생 과외도 망쳐 버렸지만 어쨌든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천천히 여유 있게 주어진 과제를 하고 있다. 저번보다는 늘었다는 생각에 조금씩 자기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이 글을 쓰는데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가장 강한 자는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자이지, 항상 모든 걸 잘하려고 애쓰는 자가 아니다. 실수를 수천 개 한다고 해도 나는 계속 나아가고 싶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가끔은 잘못된 선택을 할 뻔도 했지만, 내 미래에 21살의 내가 살아있었음을 감사하게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나는 인생이 다크 초코라고 자주 비유한다. Bitter Sweet. 쓴 맛이 가고 나면 단맛이 잠깐 오고, 어느새 한 통을 다 먹어버리면 그 다크 초코 통에 무엇을 또 담을지 우리는 항상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카페인이 주는 불안, 걱정, 우울 등이 동반되지만, 우리는 어느새 초코를 입에 집어넣고 있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게 너무 어렵다. 하지만 이제는 방법 정도는 알았으니까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우울증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잘 알아가는 느낌이다. 비록 세상의 속도는 나와 잘 맞지 않는다. 너무 빠르다. 하지만 내 속도를 계속 고수하며 나는 내 마음이 향하는 대로 가볼 생각이다. 약을 먹으면 멍해지고 졸리는데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부모님의 질타가 무섭다. 자신감이 넘치던 때의 나라면 별 타격 없이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내가 원하는 대로 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말 하나하나가 나에게 투영되면서 나 자신이 사라지는 걸 느낀다. 그래서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자책을 줄이고 자기 확신을 키우는 거라고 상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신청서 작성을 하면서 문득 내가 성인인 게 실감이 났다. 아직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세상 앞에서 괜히 작아지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어차피 죽을 때까지 배우며 살아야 하니까 죽을 때까지 실수하면서 배워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러니 나는 하루에 수만 수천 개의 실수를 하며 살아가고 싶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로 나 자신을 질타하고 싶지는 않다. [윤하-물의 여행]의 가사처럼 흘러가되 방향키 정도는 내가 설정하고 키보드도 내가 만들고 싶다. 가끔 낱개로 빠질 때도 있고, 부서져서 재조립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끼워 넣으며 타자를 칠 수 있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천직으로 삶기에는 내게 부족한 부분이 많았을 뿐. 작가의 꿈은 계속 남아있다. 어쩌면 지금 내가 겪는 시기가 수정이 필요하다는 시그널 일지도. Lauv의 Changes 가사처럼 변화는 사람을 때론 미치게 만들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니 조급해하지 말자.

keyword
이전 07화햄릿을 사랑했던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