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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처음인데요?

하지만 일단 그냥 가보겠습니다

by 몽도리

내 나이 21살, 내년에 22살, 새로운 대학에 입학한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반드시 붙을 것이다. 앞으로는 토미리스 여왕과 같은 투지와, 나머지 롤모델들이 가진 GRit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중간에 포기는 없다. 니체가 말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그렇다면 이 고통은 나를 얼마나 성장시킬지 궁금하다. 어떻게 변할지, 얼마나 강해질지. 켄트가 말했다. 삶은 순간들의 연속이라고, 한순간, 한순간을 사는 것이 성공하는 것이라고. 내가 대학 자퇴를 실패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도망갔다고 내면 안에 있는 객관화라는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피터팬이자, 햄릿이었으며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우울증과 맞서 싸우는 전사이자, 글을 좋아하고 영어를 좋아하는 성인이다.


어찌 보면 지금 이 위기가 나에게 온 것은 이제까지 살아왔던 방법을 바꾸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일지 모른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유한한 자신의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고. 맞는 말이다. 내 인생인데 눈치만 보느라 불안과 걱정 속에 살아가기 싫다. 나는 내 방식대로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 것이다. 그건 내가 몇 살이 되든 변함없을 것이다. 그 욕심 때문에 아픈 것이다.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주저앉아 있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앞만 보고 갈 시간이다. 이 터널의 끝의 빛은 이미 비치고 있었다. 나는 단점이 많지만 강점은 대신해서 그 크기가 크다. 생각이 많고 깊은 특성이 어떨 때는 날 어둠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삶의 방향을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신이 있다면, (나는 불교에 가까운 무신론자이지만) 내게 정신 차리라고 인생이 이렇게 가게 놔두지 말라고 내게 말해주는 것 같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달라질 준비가 되었으며 지금도 꾸준히 변하고 있다. 슬퍼하기만 하면서 인생을 허비하는 것은 너무 아깝다. 또 한 번 깨달았다. 욕심을 버리는 게 죽기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을 그 욕심은 더 나은 내가 되는 것, 더 나은 삶을 사는 것, 미래가 지금보다 낫길 바라는 것 등이다. 매일마다 넘어지는 법을 배우고 있고 털고 다시 일어나는 법 또한 배우고 있다. 때로는 작은 일에도 우는 나 자신이 한없이 나약해 보여서 나만 왜 이렇게 약하냐고 포효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면 감정에 빠져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왜 감정에 대한 걸 노력해야 하냐고. 그냥 자연스럽게 자신이 할 것들을 하다 보면 감정이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을 정도로 바쁜 사회가 아니냐고.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더라. 나는 힘들지라도 의식적으로 연습하며 나아갈 것이다. 느리고 단점 투성이라도 어쩔 수 없지. 그게 나인 걸. 더 노력해야 함은 어찌 보면 몇 배나 단단해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모든 고통과 아픔에는 이유가 있다. 그게 과거의 잘못이든, 미래에 대한 불안이든 집중되지 않는 현재 때문이든, 원인은 사실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 다음에 똑같은 방식으로 넘어지지 않게 기억하는 용도로만 쓰고 나머지는 행동에 달려있다. 모든 건 단계가 있고, 한 번에 그 단계를 다 뛰어넘고 원하는 걸 가지려고 하는 것은 우매한 짓이다.


그게 바로 내 조급함의 원인이며, 나는 이런 내 결점을 밝히는데 한 치의 부끄럼도 없다. 이런 깨달음 뒤에 오는 체득이 바로 나를 이루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나에게 뭐라 하든 내 인생이니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알고 보면 사람은 공동체로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인생은 각자도생이다. 하나하나 전부 상처로 남기지 않겠다. 주눅 들지 않겠다.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같거나 신경 쓰지 않고 배울 점이 있다면 무조건 배우겠다.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이 더 많더라도 과정을 중요시 여기겠다. 삶 자체가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그 과정 속에 있다 보면 결과라는 빛이 보인다. 그때 오만해지지 않고 숨을 고르겠다. 그리고 과거와의 이별을 고하며 앞으로 나아가겠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말처럼 핑계 대지 않고 그냥 하겠다. 과거는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현재는 내가 통제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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