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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Aug 31. 2024

천천히 피더라도 끝까지

이젠 계속 쭉 걸어볼까.

 나는 의욕이 생기면 먼 미래의 일까지 앞당겨 계획만 하는 사람이다. 지금 당장의 실행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난, 내가 행동보다 사고를 먼저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아마 두렵고 조급하기 떄문이 아닐까. 도대체 내 불안과 조급함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머리로는 다 아는데 마음은 저 멀리 앞서 가고 있다. 당장의 것을 해결하기도 전에 새로운 일을 벌여놓고 결국 다 놓아버리는 불상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선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내 우선순위에 충실할 것. 지금은 대학입시와 컴퓨터 공부가 우선이다. 자격증을 얻지 못한데도 상관없다. 저번에 도전했던 화상영어 강사 채용은 내가 평소 좋아하는 강사 선생님들도 한 번에 붙진 않으셨다고 한다. 면접이란 곳은 항상 잔인할 거라고 생각했다. 내 가치를 평가받는 자리. 내 장점을 뽐내기 보단 단점과 약점을 숨기고 포장하느라 급급한 자리. 이 순간만 지나가면 일단 다 됐다고 안도하는 자리.


 사람 자체가 대체가 능한 부품이 되는 건 너무 잔인하다. 현실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학력에 따른 차별은 존재하고 가끔 노력은 발자국을 남기지만 뒤통수를 때리기도 한다. 어질어질해져서 바닥에 드러눕는 순간, 앞의 것들이 다 날아가버렸다는 마치, 컴퓨터에 있는 메모리가 다 날아가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일어나기가 두렵다. 하지만 계속 그 상태에 머물기에는 마음 한 편에 있는 내 자신에 대한 애착과 기대가 있기에, 욕심이 있기에 아프지만 다시 일어서려 한다. 부딪히고 깨져도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결국 내 자신을 위해서다. 상담 선생님은 자꾸만 조바심을 내며 원래 하던 일에 자꾸만 새로운 걸 끼워넣으면 결국 다 무너질 수 있으니 지금 하는 것에 일단 집중을 하라고 하셨다. 그게 맞다. 하나씩 쳐 나가야지. 여러 개를 몰아서 처리하다보면 과부화가 올 수 있다. 


 헤일리 하드캐슬은 정신건강 활동가로 TED강연에 나와 학교에서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돕기 위하고자 청원을 하였고 관련 법은 통과되었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상담 선생님은 대학의 모두가 막 거창하게 꿈을 펼치려고 하고 부푼 기대를 가지고 가서 매 순간을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고, 다들 교수님이 내주니까 과제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뭐라도 해야겠으니까 알바든 뭐든 끼워넣는 거라고 흐르는데로 다들 산다고 말씀해주셨다. 아마 내 걱정과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서 하신 말씀일진 모르겠으나. 그건 내가 바라는 삶이 아니다. 크나큰 욕심이지만 나는 내 대학생활이 의미 있었으면 좋겠다. 이미 1년정도를 미리 경험해봤으니 대학에서 배운 것들이 사회에 나가서 모두 사용되는 것이 아님을 안다. 가끔은 고등학교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주입식 교육을 또 맞이하는 것에 대해 싫증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학년 때, 영어과목을 가르쳐 주신 교수님께서 팁을 주셨다. 그 안에서도 가져갈 것이 있으니 잘 판단해서 자기것으로 만들라고. 건져갈 수 있는 것은 다 건져가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더라도 언제든 자문을 구해도 된다고 말이다. 자문을 구하는 것은 그때 당시 나로써는 힘든 일이었다. 남의 시선이 신경쓰였으니까.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내 자신이란 걸 계속 까먹는다. 이 삶을 사는 사람은 나라는 것을. 남의 시선에 휘둘려 살기엔 내 삶이 너무 아깝다. 어차피 한 번 밖에 없는 삶. 죽어서 어떻게 될진 잘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지금 무언가를 할 수 있고, 내 안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대학에 가면 하고 싶은 게 많이 생겼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 넘어진 김에 미래를 위해 에너지를 좀 아껴두자. 남들이 내게 뭐라고 하든 신경끄고 내 인생을 살자. 그리고 매일 글을 쓰자, 글을 쓰며 내 마음 속 신념을 닦아나가고 둥글둥글한 몽돌이 되어 더욱 더 단단해지자.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슬퍼하거나 아파하지 않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가꾸어 가자. 칼미아, 내 탄생화로 '커다란 희망'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다. 희망을 품은 꽃은 필 때 잠시 고통스러울 수 있다. 많이 흔들리며 꺾이기도 하며 말이다. 내가 품은 커다란 희망은 과연 무엇일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마음에 여유를 두는 것이 좋은 행복한 내 자신이 너무 좋다. 내 영어 이름, Kalmia. 천천히 피더라도 꼭 피는 것을 멈추지 말아주렴. 내 마음이 여유롭고 평온할 때야 내 자신이 단단해진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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