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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Dec 05. 2024

토북이 이야기(1)

토끼와 거북이의 세 아이들

* 이 이야기는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어여쁜 토끼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 토끼는 다른 토끼들을 제쳐두고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우직하고 때론 바보 같기도 한 거북이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거북이는 토끼만 바라보며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고, 그들 사이에는 세 명의 자식이 태어났습니다. 토북이들 중 둘은 엄마인 토끼의 재빠름, 예쁜 외모 등 많은 것을 닮았지만, 유독 아빠인 거북이를 닮은 토북이 한 마리는 어디를 봐도 토끼의 모습이라곤 보기 어려웠습니다. 고작 닮은 거라곤 엄마의 귀 모양뿐이었습니다. 토끼는 그런 둘째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세 마리 모두를 열심히 키웠습니다. 둘째 토북이는 나머지 두 형제와는 다르게 많이 느리고, 바보 같기도 하고, 쉽게 상처를 받았습니다. 토끼는 답답해하며 둘째 토북이에게 밧줄을 달아 끌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둘째 토북이는 야금야금 그 줄을 갉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얇아지던 밧줄은 힘이 약해졌고, 결국 토끼와 둘째 토박이는 중간에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토끼는 답답해하며 화를 냈습니다. "도대체 네 문제가 뭐니, 너는 뭐가 그렇게 별나니, 네 형제들을 보렴. 저렇게 빠르게 달리고 있잖아. 네 친구들을 봐, 다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잖아. 너는 왜 자꾸 중간에 스는 거야. 이 세상은 토끼들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야. 이렇게 느리게 가는 것도 모자라서 계속 중간에 서면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래?"

   둘째 토북이는 울상을 지으며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나도 몰라, 아무리 가도 따라잡을 수 없는 걸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야. 엄마는 계속 나 닦달만 하고, 그러게 왜 나만 거북이로 낳았어!! 나도 토끼로 낳아주지 그랬어!!"

  토끼는 이 말에 아무 말 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훔치며 둘째와 자신 사이에 연결된 밧줄을 자르려 했다. 그러자 거북이는 더욱 큰 목청으로 울며 발버둥 쳤다. "싫어, 엄마. 나 포기하지 마. 내, 내가 더 잘할게. 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 토끼는 지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나도 몰라. 너 알아서 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토끼는 밧줄을 끊고 나서 울다 지친 둘째를 앞으로 밀며 나아갔다. 그 사이 첫째와 셋째 토북이는 껑충껑충 뛰어서 서로를 바라보며 즐겁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다음 날, 잠에서 깬 둘째는 첫째와 셋째를 보며 또 눈물을 터뜨렸다. 그러자 멈춰 선 첫째와 셋째는 둘째의 손을 각각 한 손씩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에 둘째 토북이는 마르는 눈물과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비로소 앞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목적 없이 달리는 경주에서 자꾸만 옆을 바라봤던 둘째는 엄마에게 자주 혼났다.

  "자꾸 옆에 보지 말고, 스지 말고, 앞만 보고 계속 가자. 느려도 괜찮으니까, 제발 이번에는 끝까지만."

 토북이는 울상을 지으며 첫째와 셋째에게 말했다. "오빠, 셋째야,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첫째는 앞을 보며 말했다. "그런 생각할 시간에 노력을 더 해봐."  셋째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생각을 비우고 행동만 해, 언니."  둘째는 한숨을 쉬며 첫째와 셋째의 손을 놓았다. 첫째와 셋째가 둘째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둘째는 미소 지으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먼저 가, 나도 곧 따라갈게. 많은 응원이 됐어. 나중에는 반드시 결승선에서 만나자." 그렇게 미소 지으며 헤어진 삼 남매는 각자만의 경주를 하기 시작했다. 둘째는 먼저 가는 다른 토끼들과 토북이들, 그리고 자신의 형제를 바라보며 조급해지는 마음을 애써 다독이며, 눈물을 닦아냈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며 애써 옆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 둘째는 가다가 또다시 스고 말았다.

   둘째는 삼 남매 중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거북이 등껍질 속에 숨었다. 그러자 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빠가 다가와서 둘째에게 속삭였다. "딸, 왜 멈춰서 있니?" 둘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울기만 하다가 머리를 빼꼼 내밀고는 아빠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며 말했다. "아빠, 나만 왜 이렇게 느려? 자꾸만 옆이 보이는데 다들 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래. 근데 나는 그게 잘 안 돼. 난 왜 이렇게 소심하고 생각이 많아? 나는 왜 이룬 게 아무것도 없어? 난 왜 오빠랑 셋째처럼 빠르지 않아?" 아빠 거북이는 그런 둘째를 보며 눈물만 흘렸다. 둘째는 다시 등껍질 속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밖으로 나오지 않을 테야. 그러면 옆도 보지 않을 테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테니까. 경주고 뭐고 다 멈출래. 하기 싫어. 아무도 만나기 싫어!" 그러자, 거북이는 당황하며 둘째의 등껍질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안 돼, 둘째야. 앞으로 나아가야 해. 느려도, 힘들어도, 뒤쳐진다 하더라도 앞으로 나가야 해." 둘째가 말했다. "왜 그래야만 해? 왜 멈추면 안 돼? 왜 앞으로 나아가야 해? 아빠, 난 왜 아빠를 닮은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둘째는 다시 등껍질 속으로 들어갔다. 이에 거북이는 충격을 먹은 듯 한참 동안 둘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결심한 듯, 숨어버린 둘째를 자신의 등 위에 올려놓고는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기어가다 거북이는 첫째와 셋째 또한 멈춰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너네는 왜 안 가고 있어?" 둘째를 업고 있는 걸 본 셋째는 투정을 부렸다. "언니만 왜 쉬고, 우리는 왜 계속 나아가야 해? 나도!" 셋째가 아빠에게 폴짝 업히자, 아빠 거북이는 조금 버거운지 힘들어했다. 이를 본 첫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잠시 쉬다 가는 거예요. 지금 다시 출발하려 했어요." 거북이는 미소 지으며 저 멀리 폴짝 뛰어가는 첫째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토끼는 셋째를 보더니 불같이 화를 냈다.

   "너는 왜 안 가고 있어!! 왜 이렇게 엄마 말을 안 들어!!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가는 척을 하던 셋째는 힘들어서 못 가겠다며 바위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이에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이던 엄마는 결국에 셋째를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셋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편으로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다 같이 가고 있던 토북이 가족은 오랫동안 가다가 쓰러져 있는 첫째를 마주쳤다. 토끼와 거북이는 놀라서 첫째를 흔들었다. 첫째는 울면서 말했다. "아빠, 엄마, 결승선에 갔는데, 또 다른 시작선이 있고, 끝이 없어서 다시 돌아왔어. 이번 결승선만 넘으면 경주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경주가 끝이 없어. 나 잠시 멈췄다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지름길이 있었는데 내가 앞만 보고 가느라 못 보고 간 걸 수도 있잖아." 

   이에 토끼는 첫째에게 꿀밤을 먹이며 말했다. "그걸 말이라고 해? 그 결승선에 도착하기 위해서 이때까지 네가 뛰었던 거리는? 쉬지 않고 달렸는데 이제 와서 다 포기하겠다고? 미쳤니?" 이에 거북이는 말리며 지친 첫째를 자신의 등에 올리며 말했다. "여보, 너무 그러지 마. 얘도 나름 최선을 다했던 거, 누구보다 잘 알잖아." 토끼는 거북이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그녀는 중간중간 먹을 것을 구하고 길도 닦으며 가족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 늙어버린 토끼는 몸이 이곳저곳 아파오기 시작했다. 결국 쓰러진 토끼를 대신해 거북이가 자신의 등에 자식들을 다 업고, 토끼에게 말했다. "천천히 가고 있을 테니, 당신도 치료하면서 천천히 따라와. 가고 있을게."  토끼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또 기나긴 경주를 이어나가던 중, 거북이의 등껍질에서 와그작 소리가 났다. 거북이는 당황하며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삼 남매는 아빠의 등에서 나가떨어져 거친 땅에 뒹굴었다. 

    거북이는 등껍질을 다 고치지도 않은 채 대충 처치하고는 자식들을 다시 올리고 가려했다. 이를 본 첫째 토북이는 혼자 갈 수 있다며 아직 다 안 나은 몸을 이끌고 모래바람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거북이는 눈물을 훔치며 남은 둘째와 셋째를 등에 지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를 본 둘째는 마음이 아팠다. 셋째도 눈물을 흘리며 아빠의 등을 고치려 노력했지만 금이 간 등껍질은 붙질 않았다. 둘째는 이러다간 아빠의 등껍질이 산산조각이 날까 봐 얼른 내려 앞으로 더듬더듬 나아가기 시작했다. 셋째는 아빠의 상처를 치료하며 언니에게 손을 흔들었다. "언니! 파이팅! 끝까지 가야 해! 멈춰도 다시 일어나서 가!!" 둘째는 눈물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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