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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Dec 08. 2024

토북이 이야기(4)

혼란스러운 사막

  토북이는 씁쓸함과 희망을 가지고 계속 기어갔다. 그러다 중간쯤에서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며 반대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토북이는 기어가 자라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어르신, 다들 반대로 가고 있는 거예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토북이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아직 어리구나, 너는 몰라도 듯싶단다. 네가 가는 길을 열심히 닦으렴." 토북이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어르신, 저도 이제 아는 거북이예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해주세요."  그러자 자라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막에 피바람이 부는 듯하구나. 거대한 결승선을 지나다가 죽거나 다친 이들이 너무 많아. 나는 그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이 사막은 아직도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구나." 이에 겁을 먹은 거북이는 울먹거리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자라는 거북이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잘 듣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우리가 어른으로써 미안하구나. 그저 앞만 보고 달리라고 가르침을 받은 너희들이 마주하게 될 실망과 좌절감, 그리고 허탈감을 어떻게 해주진 못하겠다만, 이 사막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너희들 밖에 없어."

   토북이가 물었다. "할아버지는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어째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해주시지 않는 거죠?" 자라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서 직접 보렴. 그래야지만 똑바로 보고 깨달을 수 있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그리고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겁이 날 게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너지는 심정을 느낄 거야. 그래도 온전히 겪어낸 후에 더욱 성숙해질 수 있어. 다시 돌아오든 나아가든 선택은 너에게 있는 것이고, 네 경주에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지만 하나는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단다. 이 모든 건 언젠가는 나아질 거야. 끝까지 싸우는 이들에 의해서." 자라는 끝까지 토북이에게 결승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 토북이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결승선을 향해 다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빠르게 달려오는 사막여우가 소리쳤다. "결승선을 독점한 자들이 있다!! 불법으로 동물들의 경주를 방해하는 자들이 있다!! 그 누구도 이 사막에서 경주를 방해할 권리는 없다!! 결승선을 원래대로 복구하라!!" 

  그 소리를 들은 토북이는 문득 가족들이 걱정되어 그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뒤로 돌아 가족들을 찾아 열심히 기어갔다. '어디 있어, 모두들... 이... 이 사실을 알려야 해. 결승선을 누군가 맘대로 점거했다는 사실을 알려야 모두가 좌절하지 않을 거야. 오빠도, 동생도, 엄마, 아빠도...' 토북이는 먼 길을 돌아가면서 묻고 물어서 가족들의 행방에 대한 소식을 들으며 결국 지치고 노쇠한 부모님께 갈 수 있었다. 동생 또한 많이 지쳐 보였다. 둘째는 차마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말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은 다시 돌아온 둘째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은 둘째를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둘째 토북이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결승선을... 거대한 결승선들을 누군가 불법으로 치워버리고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대요. 오는 동물들은 전부 돌아오고 있어요. 막힌 결승선까지 갔다가 전부 만신창이 되어서 돌아오고 있다고요!" 이 말을 들은 토북이의 부모님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설마..." 이에 토북이는 부모님께 물었다. 

"혹시 짐작 가는 게 있는 거예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계시는 거예요?" 부모님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오빠는? 오는 길에 네 오빠는 못 보았니? 연락은 해봤어?" 토북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부엉이들도 안 보여요. 엄마 아빠한테까지 온 것도 계속 물으면서 찾아온 거예요." 이에 부모님은 안절부절못하며 부엉이들을 찾아다니다. 똑같은 자리를 날고 있는 부엉이 한 마리에게 물었다. "왜 날아가지 않고 여기서 빙빙 돌고 있는 거예요? 소식은 당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에요. 왜 여기에..." 이에 부엉이가 가슴을 치며 울먹거렸다. "우리도 날아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마당에 결승선을 무단으로 차지해 버린 호랑이 때문에 쫓겨났어요. 더 이상 동물들에게 소식을 전할 수가 없어요."

   이에 부모님의 표정이 더욱더 굳었다. 거북이는 둘째와 막내 토북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예전에, 우리가 사막으로 오기 전에, 우리는 모두가 초원과 평지 등 여러 곳에서 살고 있었지. 평온한 세상이었어. 서로 존중하고 행복한 곳이었고, 각 지역의 동물들이 서로를 존중했지. 하지만 그런 세상에도 몇 번 피바람이 분 적이 있었단다. 갑자기 몇몇 동물들이 작당을 해서 밀림, 초원, 사막, 평지를 전부 지배하려 했던 거야. 각자의 지역에는 손을 뻗지 않겠다는 평화조약을 깨고 말이야. 그러면서 우리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약속했지. 그러자 세상은 혼란스러워졌어. 밀림에 있는 자들이 초원으로 가고, 초원에 있던 자들이 사막으로 향하고, 평지에 있던 자들도 각자 다 흩어졌지. 결국 그 경계가 무너지고 우리는 다 섞여 살게 되면서 하나의 커다란 사막이 되었단다. 원래는 사막도 아니었지. 먹을 것도 많고 햇빛과 물, 좋은 환경이었기에 우리는 모두 결과적으로 잘됐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나중에 경계를 무너뜨린 동물들이 선량한, 아무것도 모르는 동물들을 포식자들에게 갖다 바치기 시작했어. 그때는 납치, 감금 등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 대부분 죄목은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다시 경계를 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엉이들이 먼저였고, 그다음으로 이 사회에서 중요한 일을 해나가는 동물들, 마지막으로 평화 운동가들과 선량한 나머지 동물들이었지. 차례차례 그들을 집어삼킨 그들로 인해 먹이사슬이 붕괴되고 생태계는 위험에 처했어. 결국 이 세상의 자원과 기후변화, 사회문제와 갈등이 심해져 하늘도 노하셨는지 결국 모든 곳이 사막으로 변해버렸단다. 다행히 우리들은 적응을 했고, 이런 변화로 인해 그 무법자들을 쉽게 잡아들일 수 있었어. 그들은 반성하지도 않고 사막에 적응하려고도 하지 않았거든. 결국 다시 평화는 왔단다. 동물들은 그때 종을 따지지 않고 똘똘 뭉쳐 반란의 세력을 막아냈단다.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었지. 

결국 포식자들도 사과를 하고 선량한 포식자들은 우리에게 사과를 했지. 

   그들을 부추긴 아무것도 아닌 동물 놈들이 가장 미웠지만 그들을 합당한 처분으로 가두고 경주를 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놈들이 감옥을 부수고 나와서 다시 경주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지. 동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어.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막으려 했고, 모래바람을 역이용해 그들을 다시 무너뜨렸다. 적응하지 않고 고집만 부리던 그들의 태도가 결국에는 파멸로 이어진 거야. 우리는 그때부터 경주 자체를 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행복한 거라고 생각하고 경주를 이어왔다. 그리고 한 동안 잠잠하게 아무 일도 없다고 생각했더니, 또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아마 그들은 다른 동물들이 세워놓은 작은 결승선과 깃발을 모조리 뽑고 큰 결승선을 차지해 더 먼 곳에 가져다 놨을 거다. 그 결승선을 다시 찾아오지 않으면 우리는 그들이 이끄는 대로 경주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어. 경주에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고, 그동안 피로, 눈물로 지켜온 사회의 소망이 담겨 있어."

    아빠의 이야기를 들은 토북이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는 모르고 있었어.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들이 많고, 잘못된 동물들이 많아.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경주를 이어나가는 수밖에 없어. 그러면서 오빠도 찾고, 내가 이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겠어. 오빠는 아마 결승선을 향해 다와 가고 있을 거야. 그리고 결국 두 눈으로 보고 말겠지. 휘말리면 안 될 텐데. 일단 만나러 가봐야겠어.'

   토북이는 비장한 눈빛으로 엄마와 아빠를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 오빠를 찾으러 갈게요. 아마 큰 결승선에 다다르고 있을 거예요. 어떤 큰 결승선 앞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직진만 하다 보면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이에 셋째 토북이가 그녀를 말리며 말했다. "언니, 언니는 직선으로 앞만 보고 가는 거 싫어하잖아. 작은 결승선을 만들고 깃발 꽂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 둘째는 셋째에게 말했다. "그래도 오빠를 찾아야 해. 우리가 다 함께 뭉쳐야 해결할 수 있고, 방법도 나올 거야. 지금 만큼은 앞만 보고 나아가고 싶어. 부모님을 부탁해."

그러자 거북이와 토끼가 말했다. "아니야, 우리도 간다.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지." 토북이가 그들을 바라보며 말해다. "엄마, 아빠는 지금 아프잖아요. 쉬셔야죠. 천천히 오셔야죠." 이에 거북이가 성큼성큼 기어 앞으로 나가며 말했다. "아빠는 지금 다 나았다. 충분히 갈 수 있어." 이에 둘째 토북이는 울먹이며 말했다.

   "도대체 왜, 이때까지 아빠의 경주는 내팽개치고 우리 경주만 노심초사 바라보고 뒤따라 오시는 거예요. 아빠도 아빠만의 경주가 있잖아요. 아빠의 꿈이 있잖아요." 이에 거북이가 말했다. "아빠 꿈은 너희들이 좋은 세상에서 살며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거야. 너네 엄마도 마찬가지고"  토끼는 이런 거북이의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보, 첫째부터 찾으러 갑시다. 이런 상황에 위험해서 안심할 수가 없어요." 거북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기어가기 시작했다. 토북이 가족은 함께 앞으로 나아가며 저 멀리에 있는 첫째 토북이를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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