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기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앞으로...
가족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둘째 토북이는 가족이 있어서 든든했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간 많이 변해버린 친구들과 주변의 풍경, 사막에서 일어나는 도륙, 몰랐던 역사와 슬픔, 그리운 오빠 등 여러 가지가 합쳐져서 그동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가족들에겐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둘째 토북이는 멈춰 섰다. 토끼가 돌아보며 물었다. "너 또 왜 울어. 엄마가 울지 말라고 했잖아. 울어도 해결되는 건 없다고. 제발 앞으로 가자고 했는데 또 멈춘 거야?" 이에 토북이는 이때까지 쌓인 감정을 쏟아내며 말했다. "이대로 나아가는 건 싫어. 끝이 어딜지도 모르는 결승선으로 무작정 가고 싶지 않아. 나는 나만의 길을 찾고 싶어. 이기적이어도 내 삶을 살고 싶어. 세상이 위기인 걸 모르는 게 아니야, 엄마. 단지 나는 좀 천천히 내 속도대로 가고 싶을 뿐이라고." 이에 거북이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아빠도 이해해. 그러니까 천천히 가더라도 끝까지는 간다고 약속해 줄래?" 눈물로 그렁그렁한 아빠의 눈을 한참 바라보던 토북이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꼭 완주할게. 그러니까, 먼저 가. 뒤따라갈 테니까 나 상관 말고 먼저 가 계세요. 저는 천천히 주위의 풀 한 포기까지 다 보면서 가고 싶어요. 함께 가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렇게 힘든 시기에 힘이 못 되어줘서, 이런 못난 딸이라서 죄송해요." 거북이는 둘째를 안으며 말했다. "아니야, 우리 딸, 그동안 많이 힘들고, 많이 울면서도 어떻게든 여기까지 왔잖아. 아빠는 네 나이 때 이까지 오지도 못했던 것 같다. 아빠는 네가 자랑스러워." 이 말에 눈물이 터진 둘째와 셋째 토북이는 한참을 부모를 안고 울었다. 거북이는 아내와 셋째를 데리고 뒤돌아서 둘째에게 손을 흔들었다. "조심해야 한다. 나중에 또 만나자." 이에 둘째는 애써 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네, 또 만나요, 아빠. 아빠도 나에겐 자랑스러운 아빠예요." 가족들이 떠나는 걸 본 토북이는 혼자서 오빠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엄마랑 아빠, 셋째는 결승선을 향하며 오빠를 찾으러 갈 거야.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오빠는 한참 길을 되돌아 가 있을 것 같아. 앞쪽에는 없어. 되돌아간 거야. 이유가 뭔진 몰라도.'둘째 토북이는 열심히 기면서 앞으로 나아가다가 힘들 때는 또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 기어가기를 반복했다. 선인장 열매를 먹고, 안의 과즙을 마시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황량한 모래바람 외에는 보이는 게 없었다. 그녀는 문득 지난날들을 회상했다. 어렸을 때 느리다고 친구들에게 놀림받았던 때, 느려도 자신과 함께해 준 친구들과 선생님들, 무엇보다 자신이 힘들 때마다 같이 힘들어해 준 가족, 마지막으로 전부 변해버린 친구들과 그 모든 것이 과거의 일부분으로 모래바람과 함께 날아가고 있다고 생각한 토북이는 소리 내서 엉엉 울었다. 저 멀리에 나아가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부모님께 죄송했고, 세상을 망가뜨리는 동물들이 미웠다.
새로운 결승선에 대한 두려움이 또다시 커졌고, 행방불명이 된 오빠가 걱정됐다. 한동안 대성통곡을 하던 둘째 토북이는 이내 눈물을 닦으며 오빠를 다시 찾아 나섰다. '과거는 이제 여기까지. 내게 힘이 되어줄 과거를 가지고 나아가야만 해.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해서 인간은 현재를 살아가는 거야. 때로는 마음속에 새겨두고 머리로는 잊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으니까.' 그렇게 가는 도중 토북이는 하늘을 배회하는 부엉이를 보았다. 그녀는 팔을 흔들며 부엉이를 불렀다. "도와주세요!!" 이에 부엉이 아저씨가 내려와서 물었다. "왜 홀로 있니? 무슨 일이니?" 토북이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오빠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부엉이 아저씨가 물었다. "그럼, 나머지 가족과 왜 흩어진 거니?" 토북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머지 가족은 모르거든요, 다시 돌아와서 다시 나아가는 방법을요. 지금 오빠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이는 저밖에 없어요. 오빠를 찾아서 가족을 찾아갈 거예요. 그리고 다시 경주를 이어나갈 거예요. 결승선이 몇 개나 남았는지 끝나기는 하는지 몰라도 다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이에 부엉이 아저씨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나도 피바다가 된 사막에서 가족을 잃었지. 나 또한 혹시나 살아있을지 모르는 아들을 찾아 나서고 있단다. 그럼 같이 가자꾸나. 너희 오빠가 어디쯤에 있을지 짐작이 가니?" 토북이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서 가다 보면, 결승선 하나하나를 다시 지나쳐보면 오빠가 있을 거예요. 힘들어도, 지나온 길이 아까워도, 오빠는 너무 멀리 돌아가지는 않았을 거니까, 꼭 구해서 올 거예요. 아마 모래바람 때문에 아딘가에 묻혀있을 수 있어요. 서둘러야 해요." 이에 부엉이가 말했다. 내가 날아서 너희 오빠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다시 돌아오마, 너는 뒤돌아 나아가거라." 토북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돌아서 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