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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Dec 17. 2024

토북이 이야기(7)

잃어버린 시간들

  부엉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이번엔 길을 잃지 않게 이끌어주마, 함께 가자꾸나. 비록 우리가 서로를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막을 구하는 데에 있어서는 마음 뜻이잖니." 이에 토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부엉이에게 말했다. "한 명이라도 먼저 있어야 듯싶으니 먼저 가세요, 저는 너무 느려서 같이 가는 비효율적이에요."  부엉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정 그렇다면, 내가 먼저 가서 지름길을 알아보고 다시 돌아오마." 부엉이와 헤어진 토북이는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기어가다가 모래바람에 날려온 꽃잎을 보고 깜짝 놀랐다. 꽃잎에는 자신이 이빨자국으로 적어둔 글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힘들 때마다, 자신만의 작은 결승선들을 만들면서 토북이는 꽃밭도 함께 만들고, 정원도 가꾸었다. 결과물들이 바람에 흩어지고 호랑이와 패거리들이 달려가면서 전부 짓밟았다는 알게 토북이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너네가 뭔데 희망과 꿈을 짓밟는 거야. 나는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작은 행복을 쌓아 올리며 앞으로 나아간 죄밖에 없는데. 어째서 가족과 나의 미래를 함부로 없애려는 거냐고. 불공평해, 절대 용서할 없어. 누구도 미래를 파괴할 없어.' 눈물을 머금은 토북이는 비장한 표정으로 빨리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어가도 가족들이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결승선들을 지나야 가족을 만날 있는 거지?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제일 이들도 가족이구나.' 문득 짜리 몽땅한 자신의 발과 늘어진 토끼귀가 한없이 처량해 보이던 토북이는 자기 연민에 빠져 주저앉고 말았다. 토북이는 예전과 비교가 될 만큼 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쏟아내는 듯한 울음이었다. 황량하고 넓은 사막에 토북이의 눈물이 방울씩 떨어졌다. 그녀는 모든 자신이 번번이 결승선에 도달하기 멈춰 서고 뒤를 돌아보고, 길을 돌아간 것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온 작은 희망들이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커다란 고통일 뿐이었다. 그때, 부엉이 아저씨가 돌아와 울고 있는 토북이를 보고는 물었다. "너 여기서 울고 있는 거니?" 이에 토북이가 울면서 말했다. "아... 아저씨... 제가 만들어온 작은 결승선들이... 제 정원이, 길이 사라졌어요. 모래바람에, 호랑이와 패거리들에 의해서 흔적도 없이 전부 다요. 제게는 소중한 것들인데, 하루아침에 전부 증발했다고요." 이에 부엉이가 한숨을 쉬며 그녀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땅으로 내려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아니야, 결코 사라진 아니란다." 토북이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의아하게 바라보자, 부엉이가 토북이의 등에 선인장 꽃을 하나 따서 보여주었다. "네게 묻어있잖니,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 속에, 마음속에 들어있어. 지나간 것들은 사라진 보이지만 모든 역사는 남아. 잊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한다면, 결코 사라지는 아니야. 아픈 과거도, 좋았던 과거도 전부 마음속에 남는 것이란다. 등에 꽃이 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니?" 토북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 등에 묻은 흙과 모래가 성가시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굳어서 선인장이 필만한 등딱지가 되었네요. 결국 과거도 현재의 제게 남아있어요." 부엉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전부 마음속에 간직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거야. 그러면서 발전한 자기 자신을 보면 얼마나 스스로가 대견하니." 이에 토북이는 눈물을 닦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군요, 그렇게 새로운 꽃을 피우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고 새로운 결승선을 또다시 설정하면 되는 거였어요. 결코 사라지는 아니라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되는 거였어요. 이걸 다른 동물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요." 이에 부엉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려면 이젠 멈추지 말고 다시 나아가야지. 쉬어도 되고, 멈춰도 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돼." 토북이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의 등에 선인장 꽃들을 따서 가는 길에 뿌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부엉이 또한 토북이가 만드는 꽃길을 보며 하늘을 날면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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