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만나다
한참을 기어가다 오아시스를 발견한 토북이는 거북이 할아버지께 말했다. "할아버지, 저기 보세요!! 오아시스예요!!" 이에 거북이 할아버지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됐구나. 드디어 좀 쉬어갈 수 있겠군." 뒤에 있던 거북이가 물었다. "어떻게 그게 보였어요?" 이에 토북이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바로 앞에 있잖아요." 이에 거북이 할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말씀하셨다. "나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칠 뻔했단다. 너는 중간중간 뭐가 있는지 잘 보이는 모양이구나. 대단한 능력이란다. 우리 종이 시력이 좋긴 하지만 이건 시력의 문제가 아니라 관찰력의 문제 같구나. 이때까지 지나가는 길을 샅샅이 둘러보며 나아간 거니?" 토북이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거북이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껄껄 웃었다.
"너 정말 대단한 아이구나. 속이 아주 깊지 않으면 못 하는 일이지." 이에 토북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오아시스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런데 오아시스에 있는 한 야자수 뒤에 익숙한 등딱지가 보였다. 희미한 금이 있는 슬픈 등딱지였다. "아빠!!" 토북이는 서둘러 기어가 지친 표정의 아빠를 흔들었다. 옆에는 엄마와 막내, 오빠까지 있었다. 토북이는 놀라며 물었다. "왜 다들 여기 있는 거야?" 이에 토끼가 말했다. "너 기다렸지. 우리 딸 언제 오나 하고 계속 기다렸지." 이에 토북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아, 진짜. 나 이제 안 울려고 했단 말이야." 이에 거북이가 토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여기를 찾을 거라고 믿고 있었단다." 막내는 언니에게 기어가서 폭 안기며 말했다. "엄청 늦었다고." 이에 토북이는 미소 지으며 뒤에서 멀뚱히 보고 있는 거북이 군단과 부엉이를 소개했다. "여기는 쭉 함께 온 고마운 분들이에요."
거북이는 그들을 자세히 바라보다 이네 거북이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이에 거북이 할아버지가 놀라며 말했다. "자네, 여기서 이렇게 다시 만나는 군." 이에 토끼가 물었다. "여보, 아시는 분이에요?" 이에 거북이가 말했다. "이곳이 사막으로 변하기 전에 우리 종족이 살던 곳에서 내 상사셨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뵙네요." 거북이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토북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딸을 참 잘 키웠군, 그래. 여간 영특한 게 아니야." 이에 거북이가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쳤다. "아직 제 눈에는 철부지인데요, 뭘." 부엉이도 하늘에서 내려와 토북이의 가족들과 인사를 했다. 다른 동물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며 토북이는 비로소 가족과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앞으로 기어나가고 있는데, 부엉이가 낮게 날며 그녀의 옆으로 와 말했다. "네가 오아시스를 찾을 수 있었던 이유가 관찰력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구나."
토북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마가 말했거든요, 등대가 되어줄 테니 언제든 오라고요. 가족이 오아시스에 있는 줄은 몰랐지만 왠지 포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제 흩어져도 두렵지 않아요, 다시 찾아갈 수 있다고 확신하거든요." 이에 부엉이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상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얼마 후, 점점 더 많은 동물들이 모여 거대한 행렬을 이루었다. 부엉이는 다른 조류들을 만나 얘기를 하고 있었다. 상공에는 독수리와 매부터 비둘기와 참새까지 다양한 조류가 날고 있었다. 토북이는 독수리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사막 경주의 질서를 지켜주던 독수리 아저씨들이다... 역시 멋지네.' 하지만 잠시 후, 토북이는 부엉이 아저씨와 독수리들이 말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무슨 일이지?' 부엉이 아저씨는 하강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토북이가 물었다.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위에서 싸우신 거예요?" 부엉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래서 독수리랑은 말이 안 통한다니까. 질서를 지킨답시고 지금 우리를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모양이야. 결승선까지 이끌고 가도 모자랄 판국에 혼선을 줘서 결승선까지 가는 걸 방해하려고 하는 것 같아."
이에 충격을 받은 토북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부엉이에게 말했다. "아저씨, 저 독수리 아저씨들이랑 얘기 좀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부엉이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뭘 하려고, 어차피 얘기해도 말이 안 통하는 종족이라니까." 토북이는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부엉이를 쳐다보았다. 부엉이는 한숨을 쉬며 토북이를 자신의 등에 태우고 위로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