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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Dec 18. 2024

토북이 이야기(10)

다 함께 어딜지도 모르는 결승선을 향해

  부엉이 아저씨를 타고 위로 올라간 토북이는 독수리 아저씨들에게 말했다. "독수리 아저씨!!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사막에서 다치는 동물이 없게 순찰해 주시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저희가 다 함께 하는 마라톤을 막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는 독수리 아저씨는 길을 잃은 새끼들을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고 불합리한 일에 맞서는 멋진 새에요. 호랑이나 여우, 승냥이 떼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자신의 뜻에 따라 각자의 경주를 이어나가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렇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존경하고 있어요. 그러니 바른 길을 보여주세요. 우리가 사막에서 계속 경주를 이어나갈 수 있게. 올바른 질서를 지킬 수 있게 모두가 힘을 합쳐 나아가고 있는 이 경주의 최전방에 서신 아저씨들을 굳게 믿고 있는 동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으셨으면 해요.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때론 길을 잃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서 멈춰 서고 도망만 갔어요. 하지만 저는 더 이상 도망가고 싶지 않아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평생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요. 아저씨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알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알던 따뜻한 독수리 아저씨로 돌아와 주세요. 뒤의 동물들도 하루도 쉬지 않고 큰 결승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아파도 멈추지 않고 저희를 밀어주셨고요. 그래서 끝까지 나아가기로 마음먹었어요. 저희와 함께해 주세요." 

   이를 듣고 있던 맹금류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가장 기골이 장대한 부채 머리 독수리가 앞으로 날아왔다. 그러고서는 자신의 동료들을 보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서 호랑이의 편에 설 애들은 전부 꺼져라. 다만 이건 명심해라. 너희들이 가는 그 길이 잘못된 길은 아닌지. 선택은 자유고 저마다의 비행이, 저마다의 경주가 있겠지. 그 선택을 뭐라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여기서 나가는 순간, 너희는 경주를 끝내고, 숨이 멎는 그 순간까지 모든 동물들의 신임은 물론, 너희 자신들까지도 잃게 될 것이다." 그러자 몇몇을 뺀 조류들은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남았다. 그러고서는 서로를 바라보며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미소를 띤 부채 머리 독수리가 토북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맙다, 우리는 항상 사막 동물들 모두의 편이란다. 아무도 다치지 않게 우리가 이끌 테니 믿어주겠니?" 토북이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엉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토북이와 함께 지상으로 내려왔다. 토북이를 내려준 부엉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진심이 통한 걸 축하하마. 무리하지 말고 네 속도대로 나아가렴." 토북이는 다시 위로 날아오르는 부엉이 아저씨를 보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너무 먼 결승선에 점점 지치기 시작한 동물들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앞으로 나아갔다.

    동물들은 서로를 도우면서 먹이와 물을 나누며 각자의 생존 방법 등을 공유했다. 그렇게 모래바람이 와도 조류들이 날개로 최대한 그들을 막아주며, 동물들은 각자의 특기를 사용해 서로를 보호했다. 그중 아무도 이탈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조류들 중 몇몇은 멀리 날아갔다가 상황을 보고 다시 돌아와서 서로 얘기를 나누었다. "호랑이가 승냥이 떼들을 동원해서 선량한 동물 몇을 도륙하고 있더군. 더욱 서두를 필요가 있겠어." 부엉이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군, 뒤의 동물들이 더 위험해질 수 있겠어. 내가 날아가서 차라리 위험하니 돌아가라고 설득을 해야 하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다 알고는 있는 건지...' 부엉이는 다시 내려가 토북이에게 말했다. "토북아...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 듯싶구나. 동물들이 죽어나가고 있어. 가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 토북이는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저씨, 무서워요?" 이에 부엉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토북이의 표정을 살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결연한 표정이었다." 이에 부엉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서울 리가." 그는 다시 날아올라 동물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구호를 외치며 나아갑시다!! 자유로운 경주를 하자!! 결승선을 무너뜨린 자를 잡자!!" 이에 동물들이 따라 외쳤다. "잡자!! 잡자!! 용서할 수 없다!!"  

    이때만큼은 힘이 센 동물, 약한 동물 너나 할 것 없이 하나였다. 모두 부엉이의 선창에 맞춰 뒤의 구호를 외치며 힘을 냈다. 동물들의 외침은 사막에 널리 크게 퍼져 저 멀리에 있는 승냥이 떼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승냥이 떼는 호랑이와 여우에게 뛰어가서 이 사실을 전했다. 호랑이는 귀찮다는 듯, 큰 결승선의 깃발을 갈기갈기 찢으며 구시렁거렸다. "귀찮게들 왜 굳이 피를 보려 하는 거지?" 그는 여우에게 물었다. "어쩌면 좋을까?" 이에 여우가 꾀를 내려 머리를 굴렸다. "흠...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순 없죠. 이 참에 전부 쓸어버리는 게 어때요?" 호랑이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그는 늙은 승냥이에게 물었다. "자네 생각은?" 승냥이 또한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못할 것도 없지요." 이 광경을 목격한 참새는 두려움에 떨며 작은 날개를 열심히 퍼덕이며 사막동물들에게로 서둘러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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