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도우며 맞서 싸우다
한동안 비에 젖어있던 동물들은 이내 굳은 결심을 한 듯 단 한 마리도 빼놓지 않고 앞으로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독수리는 걱정되는 마음에 한숨을 한 번 크게 쉬고는 선두 쪽으로 날아갔다. 그는 참새에게 칭찬을 하며 그를 안심시켜 주었다. "어이, 신입. 드디어 한 건 했구나. 항상 약한 자를 돕고 사막 동물들을 지키는 게 제일 큰 임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이에 참새는 활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충성." 비가 막 그친 사막의 모습은 가히 아름다웠다. 동물들은 그 광경에 잠시나마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들은 곧 저 멀리서 다가올 운명을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저 멀리서 승냥이 떼들 수만 마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선두에 있는 조류들은 날개로 모래바람을 만들어 그들이 시야 확보를 하지 못하게 막았고, 그 덕에 다른 동물들은 호랑이와 여우가 있는 곳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거북이 할아버지가 크게 외쳤다. "저들은 동물들이 각자의 서식지에서 존중받았을 때나 힘이 있는 척했지만, 이렇게 동물들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사막화를 촉진시키는 행동을 하고 우리들이 만들어 나간 작은 결승선들을 허물고 큰 결승선까지 막아버리다 못해 자기들의 구역이라고 차지해 버리다니... 분수를 알아야지!! 이 많은 동물들을 이겨먹겠다고 저 지경이니, 쯧쯧."
이에 다른 동물들도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끝까지 맞서야 해요. 우리는 결코 지지 않을 겁니다." 토북이도 결연한 표정으로 나아가며 호랑이와 여우가 있는 결승선까지 재빠르게 기어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느렸지만 다른 동물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이렇게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며 같이 따라가는 토북이를 부모님은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그때, 동물들에 의해 밀쳐져 가족과 떨어진 막내의 외침이 멀리서 들려왔다. "엄마, 아빠, 오빠, 언니!!" 이에 토북이는 온 힘을 다해 동생에게 가려고 노력했다. "막내야!! 어디에 있는 거야?" 막내가 소리쳤다. "언니, 나 숨을 못 쉬겠어!!" 이에 토북이는 부엉이 아저씨를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챈 부엉이 아저씨는 내려가서 토북이에게 물었다. "토북아, 무슨 일이니." 토북이는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 동생이 안 보여요. 어렸을 때 경기를 하다가 사람이 너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동생을 잃어버릴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많은 동물들이 죽는 걸 봤어요. 그때 동생은 다행히 찾았는데... 크흑..." 부엉이 아저씨는 우는 토북이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위로 올라가서 네 동생을 찾아볼게."
부엉이는 위로 올라가서 최대한 빨리 날면서 수많은 인파 속의 셋째 토북이를 찾았다. 그는 내려가 자신의 발로 막내를 잡고는 위로 날았다. 그러자 울고 있던 막내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다. "와, 나 하늘 처음 날아보는데!!" 한 없이 해맑은 막내 토북이를 보던 부엉이는 갑자기 죄책감을 느꼈다. "미안하구나." 이에 막내 토북이가 부엉이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저씨가 뭐가 미안한데요?" 부엉이가 말했다. "이미 한 번 경험해 놓고도 또 당해서 이렇게 어린 너희들이 나서게 했다는 거." 이에 막내 토북이가 말했다. "아니에요, 우리는 원해서 하는 건데요, 뭐. 꼭 호랑이랑 여우를 몰아내서 더 나은 세상에서 살 거에요!!" 이에 부엉이가 웃으며 말했다. "네 언니랑 참 많이 닮았구나." 막내 토북이가 눈을 번뜩 뜨며 말했다. "아 맞다, 제 언니한테 데려다주세요." 부엉이는 둘째 토북이 옆에 살며시 막내를 내려놓았다. 둘째 토북이는 막내를 데리고 가족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뒤에서는 오빠가 부모님을 모시고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오빠!! 우리 먼저 가도 돼?" 이에 오빠 토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결승선에서 만나자, 엄마, 아빠는 오빠가 챙기고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너네 먼저 가." 이에 토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막내를 데리고 다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승냥이 떼들과 그들과 함께하고 있는 조류들이 날아와 동물 행렬을 공격했다. 이에 많은 동물들이 놀라 뒷걸음쳤다. 선두에 있던 조류들은 날개로 모래바람을 계속 만들며 그들의 시야를 흐리게 했고, 동물들은 저마다의 특기를 사용해서 승냥이 떼들을 덮쳤다. 너무 많은 수에 밀린 승냥이 떼들은 위에 날고 있는 조류들에게 소리쳤다. "야, 너네들 뭐 하고 앉았어! 다 죽이라고!!" 이에 조류들은 갈팡질팡하며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이에 선두의 조류들과 동물들이 소리쳤다. "야, 이것들아. 부끄럽지도 않냐. 호랑이랑 여우가 먹이라도 손에 쥐어주던? 우리를 도와서 사막에서 몰아내지는 못할 망정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어?" 그러자, 몇몇 승냥이는 슬쩍 행렬에 끼어 고개를 숙였다. 조류들도 서서히 물러나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러자 승냥이들이 어이없어하며 호랑이와 여우에게로 달려갔다. 이에 사막동물들이 소리쳤다. "저 놈들 잡아!! 놓치면 안 돼!!" 하지만 승냥이 떼들은 빨랐고, 그들은 호랑이와 여우에게 다다르자, 소식을 전했다.
이에 호랑이는 분한 듯 한숨을 쉬며 여우에게 물었다. 그러자 여우는 짜증을 내며 승냥이 떼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호랑이는 승냥이 중 하나를 잡아먹으며 말했다. "제대로 안 하지?" 이에 겁을 먹은 승냥이들은 벌벌 떨며 호랑이의 눈치를 봤다. 승냥이들은 물러가 서로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저 많은 동물들을 상대로 우리가 공격해서 이길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 다른 승냥이가 말했다. "그러면 호랑이랑 여우한테 맞설 수 있는 놈 있으면 나와봐." 이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독수리 한 마리가 말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더 이상 못 하겠습니다. 사막에서 이런 일이 가당키나 합니까. 사막화가 심해질 때, 항상 위기가 있었습니다. 많은 동물들을 죽이려고 하는 포식자들이 있었죠. 우리가 지금 그들 중 하나입니다. 그때 우리 모두 평화롭게 살기로, 더 이상 살육은 하지 않기로 모두 동물들 앞에서 약속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약속을 어기고 이런 짓에 가담이나 하고 있다니 저는 쪽팔려서 더 이상 못 하겠습니다. 그러자 승냥이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들은 떼를 지어 독수리를 물어뜯고 먹었다.
죽어가는 독수리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다 내 죄로다. 어쩌다 이런 무리와 함께 하겠다고 했는가." 호랑이와 여우는 여전히 수하들을 부리며 숨어있었다. 이때 여우가 호랑이에게 말했다. "당신이 나가보는 건 어때요?" 이에 호랑이 놀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여우가 씩 웃으며 호랑이를 설득했다. "직접 나서서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거예요. 과거 호랑이가 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위엄을 부리며 사막을 당신의 발 밑에 두면 모든 게 다 해결돼요. 우리가 계획해 왔던 모든 것, 해온 것 모두가 무너지는 것을 볼 셈이에요?" 이에 호랑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동료 호랑이들과 함께 동물 행렬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날아서 그 광경을 본 선두의독수리는 격분했다. "미쳤군. 미쳤어." 그는 행렬로 날아가 동물들에게 상황을 알리고는 말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힘을 합치고 지지 맙시다." 이에 동물들은 저마다 준비를 마치고는 각각의 종들의 방법으로 달려오는 호랑이를 막기로 했다. 이때, 마음을 돌린 조류와 승냥이 떼가 합류하며 길고 긴 사막동물들은 호랑이를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빨리 달려 나온 호랑이는 자신의 주변의 수하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도망가는 것을 보고 외쳤다.
"야, 이것들아!! 어디를 도망가!! 너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그 소리는 동물들에게 의해 묻혔다. 결국 호랑이와 그의 패거리는 동물들의 발아래 밟혀 사막 모래에 묻혔다. 동물들은 확실히 하기 위해 모래를 단단히 밟으며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이런 사막의 독재자 같으니. 다시는 태어나지 마라." "감히, 우리의 경주를 없애려 해. 이 기본적인 질서도 상식도 없는 천하에 쓸모없는 놈." 토북이는 이 광경을 보고는 동물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이만하면 됐어요, 이제 여우를 찾아야 해요." 그러자 동물들이 놀라더니 이내 말했다. "맞네, 여우는 어디에 있지?" 이에 선두의 독수리가 말했다. "아마 어딘가에 숨어있거나, 도망갔을 겁니다. 수색은 조류에게 맡기고 여러분들은 안전하게 원래의 결승선으로 돌아가십시오." 이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기까지 멀리 왔는데, 다시 그 결승선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이에 토북이가 앞으로 나와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가 맞서 싸운 반역자들과 똑같아지면 안 되잖아요. 우리는 차근차근 경주를 이어서 사막의 질서를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돌아가는 길에 모두 함께해요. 여기까지 오는데 다 같이 돕고 함께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이에 동물들은 한숨을 쉬더니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행렬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