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내리는 단비 ; 폭풍전야
너무 멀리 있는 듯한 기득권 세력의 결승선에 지쳐가던 동물들은 잠시 쉬다 가기로 했다. 독수리가 그런 그들을 격려했다. "잠시 쉬어가더라도 끝까지 가는 겁니다!!" 이에 동물들은 저마다 동의의 의사를 표했다. 다들 모래바닥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무늘보 한 마리가 소리쳤다. "우와~~~ 비다!!!" 이에 다른 동물들도 저마다 손을 뻗으며 비를 느꼈다. 비는 그들의 땀을 씻어주고 시원함을 가져다주었다. 동물들은 미소를 지으며 저마다 일어나 빗속에서 춤을 추었다. 토북이는 그 많은 동물들이 다 같이 하나가 되는 광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러자, 막내가 그녀의 옆으로 가서 손을 잡고는 그들 사이로 이끌었다. "언니, 우리도 함께하자!!" 이에 토북이도 그들과 함께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비에는 온기가 있었고, 모두를 위해 내리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다시 힘을 얻은 동물들이 나아가려는데, 저 멀리서 거대한 모래바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선두에 있던 새들은 당황했지만 이내 질서 있게 동물들을 지키며 앞쪽으로 날아가 상황을 파악했다.
부엉이가 독수리에게 물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죠?" 이에 독수리가 잠시 뜸을 들이다 이내 천천히 말했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를 향해 공격을 할 모양이에요." 이에 부엉이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공격이요? 혹시 다 같이 우리를 잡으러 오는 겁니까?" 이에 독수리가 암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전시 경험이 없어서 불리합니다. 수가 아무리 많아도 많이 다칠 겁니다. 그러니 일단은 한 발 물러나야 합니다." 이에 부엉이가 독수리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이봐, 당신. 직무를 잊은 거야. 겁을 내는 거야. 지금 그렇게 하면 우리는 영영 자유를 되찾지 못할 거란 말입니다." 이에 독수리가 그의 손을 떼내며 말했다.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저들은 우리가 맞서 싸울수록 더 비열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공격해 올 거라고!!" 이에 부엉이가 격분해서 말했다. "나도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전에 이곳이 사막으로 변하던 날에 살았던 세대거든요. 종과 상관없는 전쟁이었지요, 평화롭고 서로를 존중해 주던 서식지 곳곳이 비열한 자들에 의해 억지로 하나가 되어 맥없이 사라지는 때였죠. 어떻게 잊겠습니까. 하지만 다시 반복되려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아니까 말입니다."
그때, 날아갔던 참새가 돌아와 상황을 전했다. "헥헥, 빨리 날아오느라 죽는 줄 알았네. 독수리 대장님, 호랑이랑 여우가 이상한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독수리의 표정이 굳었다. "무슨 일?" 참새는 자신이 보고 들었던 것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러자 독수리와 부엉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독수리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그 작자들이 기어코..." 부엉이는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이런 사막 모래에 파묻혀도 시원찮을 것들!!" 그는 독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막아야 합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아가야 해요.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이 사막은 미래가 없어요." 독수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쩌자는 말입니까, 정면 돌파라도 하자는 겁니까?" 이에 부엉이가 소리쳤다. "그게 아니면 도망가는 것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독수리는 날아서 선두에 있는 새들과 상의를 한 후,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을 바라보며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는지 잠시 생각하다 이내 무거운 입을 뗐다. "호랑이가 드디어 미쳤습니다. 여우와 승냥이 떼들이 이리로 오고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입니다. 사막이 막 형성되었을 때의 시기를 겪은 분들은 잘 아시다시피 이제 사막에 피바람이 불어올 것입니다. 그래도 남으시겠습니까?"
이에 동물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남겠어요!! 당연히 맞서야지요!!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 사막을 지킵니까?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싸워야지요." 이에 토북이가 자신과 비슷한 세대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든 걸 알아버렸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요. 우리만의 특기로 싸워 이깁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힘들고 싫어도 우리가 사는 곳이잖아요!!" 그때, 사막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린 동물 한 마리가 소리쳤다. "우와! 비다!"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던 사막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동물들은 무서움을 뒤로하고, 저마다 손으로 비를 받으며 목을 축였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느라 목을 축일 시간도 없었던 동물들은 오래간만에 내린 비에 저마다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건 무서운 상황 속에서 꽃피는 작은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