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나, 성장하는 나
시험기간으로 인해 밤을 새운 지 3일째, 커피와 편의점 음식으로 버티다 역류성 식도염이 도져 버렸다. 아직 할 게 꽤 많이 남았는 데 따라주지 않는 체력이 미워 눈물이 흘렀다. 하기 싫다는 말도 마음조차 가지지 않았는데 이렇다는 현실이 미웠다. 열도 나고 어지러워서 쓰러질 것 같을 때,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아프다고도 힘들다고도 병원 가고 싶다는 얘기도 아니고 그저 내일 약국 가서 약 좀 사 먹겠다고 카드 좀 쓰게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별일 아니라고 처음으로 말했다. 이제까지 힘들면 나에겐 별 일이 아닌 게 없었다. 난 다 얘기하면서 힘들다고 일명 '징징거렸다.' 내가 징징거린다고 주변에서 말하면 상처가 남았고, 다시는 아무하고도 말 안 하겠다고 다짐하는 어린 마음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나는 아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안 아프다고, 이 정도는 별 거 아니라고 시험기간에 이런 거 다른 사람도 다 달고 산다고, 부모가 내게 했던 잔소리를 내가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방어막으로 쓰고 있다. 조금이라도 아픈 거 알면 엄청 신경 쓸 테니까. 우리 부모는 그런 부모니까. 알고 보니 나는'폭싹 속았수다'의 금명이 보다도 더 사랑받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걱정하는 부모를 위해서 각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괜찮다고 신경 쓰지 마라고 하면서 내 몸은 내가 알아서 관리하겠다고 하며 내가 어떻게 관리할 건지에 대해 짧게 브리핑했다. 안심한 듯한 부모는 알겠다며 빨리 집에 내려오라고 했다. 그러고 싶었다. 본가에 가고 싶었다. 고통으로부터 도망가서 부모 그늘 아래로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내팽개치고 갈 순 없었다. 엄마는 무슨 법대 공부하냐고 밥도 먹고 일찍 자라고 했다. 고등학생 때는 들어볼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대학에 와서야 공부에 사활을 걸고 싶어졌다. 그냥 누워있으면 불안해서 불면증도 왔지만 아침이 되면 묘하게도 설렜다. 그래서 새벽 감성에 이런 글도 스레드에 게시했다. 그런데 밤이 되어도 새벽이 되어도 나처럼 도서관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차고 넘쳤다. 어찌 보면 노력이 여기저기 꽉 채우고 있는 공간에서 나도 포함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한 영향력을 받으며 동력을 얻고 오늘도 발을 동동 구르며 앞으로 어떻게든 나아가려 하고 있다.
간절히 바라는 것이 생겼다
세상은 그걸 공짜로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버렸기에, 바라는 것 때문에
울고, 웃고, 한숨짓고, 넘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에
그 이전에 그것은 '나'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에
나를 챙기며 유일무이한 '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때로는 힘들어도 힘든 대로, 아파도 아픈 채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를 길고 행복한 경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힘들 때 떠오른 사람들에게 차례차례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좀 민망하면 카톡으로, 부모님께는 전화로 감사함을 가득 담아 연락을 취했다. 전 학교를 자퇴했지만 여전히 나에게 좋은 어른으로 기억되는 교수님에게 안부를 물었고, 전 학교에서의 베프에게 잘 지내냐고 커피 쿠폰을 주었다. 거기서 나는 힘을 얻었다.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현재의 친구들과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도 '힘든 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동질감을 느끼며 유대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