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 알바의 서막
과외 제안이 들어왔지만, 그때 이미 난 어학원 면접까지 보고 온 상태였다. 면접을 보는 내내 내 마음은 설렘과 불안으로 가득 찼다. 들어가는 순간, 내가 어릴 적 읽었던 영어 원서들, 동생에게 읽어주고 동시 번역해 주었던 책들이 꽂혀 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까지... 완벽했다. 운명처럼 느껴졌고, 나는 밤을 새우며 준비한 시연이 더 이상 두렵지 않고 신이 나기 시작했다. 원장님과 실장님 앞에서 나는 떨지 않고 행복한 마음으로 영어 문법과 영어 모의고사 37번 문제 풀이를 시작했다. 조금 부족하다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나는 간절해서 원장실로 들어가서 내가 22년 동안 영어공부를 어떻게 해왔는지 있는 힘껏 피력했다. 단지 알바 하나만 찾고 싶었던 내가, 갑자기 꿈을 그리고 있었다. 다른 학원들과는 다른 교육 철학,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었던 꿈, 실제로 쓰이는 영어를 가르쳐보고 싶다는 소망이 간직된 곳이었다. 나는 어쩐지 원장님과 실장님과 얘기하며 공감대를 쌓으며 말이 잘 통했다. 원장님은 나를 마음에 들어 하셨지만 내가 대학생이다 보니 학기 중에 학원 수업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하셨다. 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고시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곳은 반드시 붙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원장님은 내게 이쪽으로 종사할 생각은 있는지 오래 같이 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셨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하셨고, 나는 그렇게 또 한 분의 우상이 생겼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영어를 행복하게 가르치시는 모습을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볼 수 있었고, 나는 그 에너지에 빠져버렸다. 그래서 집에 가서 고민하다가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오매불망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합격 문자가 왔다. 나는 영어말하기 대회에 나가는 친구들을 지도하는 임무를 받았다. 그러자, 초등학생 때부터 매년 나갔던 내 영어말하기 대회들이 하나씩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과 떨림이 전해졌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 연신 되풀이하며 정말 감사한 마음이 넘쳐나 뚝딱거렸다. 그리고 결심했다. 어떻게든 여기에 뼈를 묻겠다고 말이다. 동시에 걱정도 되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대회에 나가본 적도 많고 전국대회에서 3등도 했지만 내가 직접 지도해 보는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붙고 나서 나는 화상영어를 하면서 선생님들께 조언을 얻기로 마음먹었고, 토익 925점을 달성했으니 이제는 '토익 스피킹'을 따기로 했다. 그러면서 영어 관련 자격증은 다 딸 생각이라고 원장님께 말씀드렸다. 내 소망이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알바자리도 안 구해져서 가족들하고 사이도 안 좋아지고 초조함에 눈물을 엄청 흘리며 불면증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은 사그라지고 설렘과 기대가 더 커졌다. 최선을 다 할 준비는 되어 있었다. 내게 이 기회는 그저 알바가 아니었다. 내 가치관, 내 이데올로기, 교육에 관한 내 철학이 진심으로 닿은 순간,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아 효능감, 그리고 홀로서기의 첫 단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