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

1-4기까지 다 보고 난 후 쓰는 감상문

by 칼미아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이라는 미드를 접하게 된 건, 화상영어 선생님의 추천이었다. 나는 강인한 마녀가 되고 싶었다. 원래 마녀란 부정적인 이미지가 다분한 존재이지만, 나는 마녀에 대한 유래와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원래 희생자였고, 마법보다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 혹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마녀에 대한 ppt를 만들어 핼러윈에 이에 대한 내용을 유튜브에 스페인어와 영어 학습이라는 주제의 소재로 녹여내기로 했다. 그리고 사브리나를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브리나 스펠먼이라는 캐릭터는 자유의지가 강한 여성으로, 명부에 이름을 적고 악마에게 복종하기 싫어한다. 하지만 결국 친구들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을 하고는 인간계와 점점 멀어진다. 그녀는 자신의 인간계 친구들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면서 여러 마녀들과 마법사들의 악습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어둠의 사제와 대립하게 된다. 그렇게 인간계와 마녀계 사이에서 어디에도 완전히 속할 수 없어 포기해야 하는 것도, 지켜야 할 것도 많아져 힘들어하는 사브리나를 보니 안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미치도록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엄마는 내게 학원 알바를 구하는 것도 과외를 하는 것도 다 이상이라며 현실에서 도망가려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젤다 이모도 사브리나가 인간계 친구들과 같이 지내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며 악마와 어둠의 사제들, 몇몇 마녀들도 사브리나가 완전한 마녀가 되길 바란다. 반 인간, 반 마녀인 그녀는 왜 자신이 두 세계에 다 있을 수 없는지 계속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두 곳에 다 속하며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자신이 대사제의 위치에 오르는 것이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어둠의 사제로서 여러 개혁을 하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삶에서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에 의해 우리의 삶이 통째로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그 선택들 하나하나가 전부 진지하고 위험하고, 삶을 바꿀 만한 크기라면 어떤 느낌일까. 사브리나가 느끼는 압박감을 상상했을 때 미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다. 그래서 사브리나가 존경스럽다. 하지만 점점 흑화 되어가는 걸 보며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는 않기를 바라며 본 것 같다.

4기까지 보고 나니,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자기 자신을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 했던 사브리나는 죽음을 선택하고, 남자친구인 닉도 그 뒤를 따르는 장면에서 더 좋은 결말은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이미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모두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떠난 그녀의 동상이 어둠의 아카데미에 세워진 것을 보았을 때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결국 사브리나는 인간계도, 마녀계도 버리지 않았다. 둘 다를 지키기 위한 희생을 선택했고,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위급한 때가 아니면 자신의 신념을 고수했다. 절대 이유 없는 복종도, 이유 없는 악습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어둠의 사제 블랙우드와 계속 싸워야 했지만 결국 사브리나가 예상했던 것처럼 그는 부패하고 타락한 사제였다. 사브리나는 자신이 루시퍼의 딸인 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이고 자신의 아버지를 봉인하고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구한다. 그리고 자신은 스펠먼가의 딸로 남기로 결심한다. 여기서 사브리나를 사랑으로 키운 고모들의 모성애가 돋보였다. 그들은 사브리나를 끝까지 지키고 싶어 했다. 그래서 헤카테에게 지켜달라고 빌지만 운명인 나머지 헤카테는 모른 척한다.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 사브리나의 나이는 고작 16-17살,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던 반인 간 반마녀는 세상을 구하고 죽음을 택했다. 용감한 사브리나의 모습을 보았지만 드라마의 흐름상 힘겨워하고 소녀다운 모습도 많이 보였기에 쉬운 길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불인 것은 반드시 명시해야 할 것 같다. 잔인한 장면도 몇몇 나오기도 하고 살짝 선정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심한 건 아니라서 무서움도 딱 나에게는 적당했다. 사브리나는 지혜로 힘을 하나씩 키워나가는 모습이 전형적인 성장형 캐릭터이고, 입체적 캐릭터이기도 하다. 자신의 근본, 자신의 반쪽인 인간, 어머니의 피를 잊지 않고 언제든 다시 인간계와 연결되고 싶어 하고, 부당한 일이 있으면 인간계든 마녀계든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게 너무 좋다. 그리고 영국식 영어 표현도 잘 들리고 영어학습 난이도로 따지면 상은 아니고 중 정도 되는 것 같다. 영어 자막으로 보거나 아예 자막을 끄고 봐도 이해가 되는 걸 보니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내용은 흥미진진하면서 사춘기 소녀가 어른들이 할 법한 고민과 성장을 헤쳐나가는 내용이라서 어른들이 보기에 더 적합할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내 나이대, 20대 초반-중반에게 추천한다. 요즘 오컬트에 살짝 빠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마녀 컨셉을 너무 좋아했다. 어쨌든 영어 표현은 쓸만한 게 많이 담겨있는 것 같다. 한 번 보는 걸 추천할 만하다. 전에 말했듯이 언어학습은 흥미가 동반되어야 반복이 수월하게 되기 때문에 취향에 맞으면 보고 아닌 듯싶으면 다른 작품으로 미드를 입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에 있어서 큰 결정을 앞두고 두려움이 다가오고 불안한 마음이 가득한 시기를 맞이한다면 이 드라마를 정주행 하면서 용기를 얻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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