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으면 안 되는 어둠의 시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by 칼미아

요즘은 전혀 우울하지 않다. 나의 일상을 완전히 되찾은 것 같다. 하지만 뭔가 텅 빈 느낌은 나를 떠나가지 않는다. 수능을 위해서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고 있기에 그런 걸까. 하지만 나는 내가 성인이 되기 전 이 일상도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나중에 보면 이때가 좋았다고 할 시기가 올 것만 같다. 내가 힘들어하면서 우울의 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평지를 걷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행복하고 안정된 그 기분을 증폭시키고 더 확장시키고 싶은 마음이 커져만 간다. 행복에 대한 강박이 생긴 것만 같다.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질 만큼의 행복을 찾아서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변화를 찾고 있다. 언제든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만 같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다는 말처럼 그 힘들었던 시간들의 중요성을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잊어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다시 오길 바라지는 않는다. 오면 그저 대응하는 것뿐이다. 일주일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데 한 달은 너무 길다. 시간이 자기 멋대로 노는 것 같다. 스스로를 절제시키고 집중하려는 내 무의식을 발견했다. 역시 고3이라고 그래도 이성이 제정신을 찾았나 보다. 자주 꾸던 악몽도 사라졌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고 나는 몰두할 것도 정해져 있다. 내가 지원한 남은 공모전들의 결과와 대학 발표는 대부분 12월에 나온다. 인내심이 부족해진다. 기다리고 싶지 않다. 자꾸만 뭔가 새로운 것들을 진행해나가는 삶을 지속하고 싶다. 일시 정지된 삶에 대한 부정이 커지고 있다. 아직도 나는 과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기력이란 것이 그래서 무섭다는 것이다. 한 번 학습되면 큰 공포를 낳는다.


뭐든 해야 된다는 그 생각. 인간이니까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고 주어진 일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해내야 한다는 생각, 조금의 멈춤이라도 생기면 생겨나는 불안감과 소외감, 하지만 몸은 그 일시정지가 필요하다고 먼저 말해준다. 그러면서 점점 정신까지 지배하면 무너진 탑을 다시 쌓아야 할 시점이 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 다시 시작인 것이다. 다시 시작된다면 이겨낼 자신이 있는지 그건 그때의 나에게 물어야 한다. 어둠의 소중함을 아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자꾸 그 사실을 잊게 된다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적어진다. 따라서 나는 계속 되뇌고 또 되뇐다. 눈에 나쁘게 보이는 것들이 실질적으로 다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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