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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인도령 Feb 04. 2024

고물가 시대, 만남이 사라지는 세상

신년, 몇 번의 만남을 하면서 느낀 상념들

. 옛날에는 4명이 만나면 10만 원인데 , 요즘은 각자 부담해도 일인당 10만 원이니..

. 요즘 법카 있는 친구들 한 명 없으면 모임 하기 힘든 거 같아. 누가 선뜻 제안을 못해

. 요즘은 고깃값이 1인분에 17,000원이니 조금만 먹어도 금방 10만 원이야

. 요즘 밥값들이 많이 올라서 이젠 1만 원 식사하는 곳도 비싸 보이지 않아

. 라면이 고속도로 휴게소 기준 4천 원. 동네 분식점 기준 6천 원 순댓국이 8,9천 원 

. 50대까지는 아직 N분의 1이 어색해서, 아직도 모임 제안한 친구가 1차를 내는 거 같아

  

- 요즘 친구들 사이에 할 법한 술 관련한 이야기를 제 상상의 나래로 적어봤습니다


요즘 물가가 장난 아니게 많이 올랐습니다. 교통비 얼마하는지 아세요? 교통카드로 다니다 보니 무감각해지긴 한데. 경기도에서 서울 가는 버스 요금이 2천5백 원입니다. 요즘 돼지고기 삼겹살 1인분은 1만 7천 원입니다. (하지만, 실제 경험하는 물가는 앞서 말한 1만 7천 원이 아닙니다. 둘이 만나면 최소한 고기 2인분은 주문해야죠. 술 추가하고. 2차라도 가면 대략 7-8만 원 나옵니다. 교통비까지 합치면 사람 만나는데 최소비용이 10만 원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그래서 요즘 술집 가기 겁납니다. 술집을 무서워하니. 사람 만나는 것도 예전만 못합니다


술이라도 먹어야 사람을 만나고 자시고 하는데, 금액들이 저마다 높으니.  그렇다고 씁쓸한 진실이. 가격 싸다고 해서 어르신들이 많은 대폿집은 안 가려고 합니다. 괜히 그곳에서 정치얘기 듣는 것도 싫고, 가면 어린애 취급받는 게 싫어서, 결국 갈만한 곳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가끔 여성들이 부럽습니다. 점심 먹고, 차 마시고, 저녁 먹고. 그런데 만나는 사람들이 각각 다릅니다. 하루에도 3차를 뛸 수 있고요. 개인끼리 만나기도 하지만, 여럿이 만나는 것도 익숙한 풍경입니다


중년 남자들은? 낮에 안 만납니다. 골프면 모를까? 저녁에 시간 잡아서 1,2,3차를 합니다. 많이도 못 봅니다. 괜히 마음이라도 안 맞거나 하면 안 되니 회사회식 아니면 소수만 봅니다. 여기에 어디에서 볼지? 누가 계산할지?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아버지는 그래서 남자들이 나이 들수록 약해져 간다고 표현했습니다. 젊을 때는 잘나면 잘나는 대로 친구들과 어울려서 술도 먹고 하지만. 나이 들어서는 점점 관계가 쪼그라듭니다. 관계라는 것이 기껏해야 학창 시절이 전부고, 회사 상사나 직원들인데, 회사는 퇴사하면 끝이거든요. 그렇다고 종교를 다니면 모르지만, 그것도 아니면, 사회생활 20,30년 해도 말짱 도루묵입니다. 그래서, 빠져드는 것이 유튜브 같은 겁니다. 


50줄이 된 친구들 중에는 아예, 만나는 걸 안 한다는 친구도 생깁니다. 


만나더라도 생산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언제까지 추억팔이만 할 수도 없고, 한다는 얘기가 결국, '힘들다, 어렵다' 힘 빠지는 소리만 하다 보면, 괜히 술 먹고 기분도 우울해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애로사항으로 얘기하는 건 '고집'입니다. 괜히 나이 먹고 쓸데없는 고집만 늘어서 자기 얘기만 하려 하고, 괜히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면 원치 않은 충고나 조언을 일삼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취미와 좋은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노력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커뮤니티 활동, 봉사활동 등을 통해 나의 영역을 넓히는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있는 관계나 직장생활만 가지고는 삶이 절대로 풍족해질 수 없음을 인정하며, 좀 더 삶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좋은 관계가 기본임을 기억하면서. 일 년에 한 명이라도 좋은 벗을 만난다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 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 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적어도 좋다. 다만 그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 지거든 부드러운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 유안진《지란지교를 꿈꾸며》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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