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활동을 하고 있을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우리나라 인력시장을 본다면 직장 정년은 보통 57세, 하지만 자발적 퇴직 및 이직은 49세, 평균적으로 실제 퇴직은 52세. 사실상 40대 중반 이후 직장 생활은 그야말로 (실무가 아닌 이상) 죽기 살기 아니면 붙어 있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을 해야만 하고, 일하고 싶은 희망연령은 70대중반인 것이 현실)
특히 기본 조직에서 관리자가 되고부터는 실무보다는 정치에 능숙해야 하고, 내 기반을 탄탄해서 올라가는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 누군가가 아니꼽더라도 가족이 있다면, 돈이 가장 많이 드는 50대 시기를 이겨내려면 어떻게든 기업에 붙어 있는 게 최선이다. (오늘 교육시간에 어느 분이 얘길 하시는데, 그분은 30대 자녀 두 명이 아직 출가 전이었는데. 아이들 교육 까지든 돈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30대 결혼을 시키려고 한다면 억대가 드는 사업이라고, 그래서, 계속 일을 해야 한다고..)
앞서 말한 실제 퇴직 연령 52세. 10명 중 5명 이상은 재취업에 실패하고 (이유야 많겠지만. 주로 경력에서 오는 한계. 예로 관리직으로 그만두게 되면, 다시 관리직으로 들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맥이 아니고서는 , 그나마 좋은 헤드헌터와 좋은 회사를 만나면 모르지만, 그런 것 없이 구직 사이트만 믿었다가는 실패확률이 매우 높다) 들어간 사람들의 평균 구직 기간은 5개월 (왜냐하면, 실업급여가 6개월까지 주니까) 그러나 임금을 보면 평균 230만 원 안된다. 결국, 이전 직장에서 받았던 금액의 반토막도 안 되는 금액을 받고 들어간다. 이유는? 절박하니까. 그때쯤 되면 아무리 돈을 모이어도 거금이 아닌 이상 돈이 빠져나가는 게 보이므로. 몇억이면 모를까. 그것도 돈을 안 벌기 시작하면 순식간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 특히나, 요즘 물가가 올라서 예전보다 20-30%가 더 지출이 된다고 보면 된다. 만약 과거처럼 일상을 살아간다면 말이다. 과거 먹고 입던 것들이 코로나 전만 해도 적어도 10-20%는 저렴했을 테니까 말이다
내가 구직활동을 두 달을 해보면서 느끼는 건 위기의식이었다. 과거 첫 번째 직장은 제법 대기업이어서 1년간 유예가 있었다. 실업급여 보다 많은 300만 원은 챙겨줬으니까. (이 정도만 있어도 어떻게든 버틴다.) 그리고 위로금까지. 그리고 대기업을 나온 시기가 40대 중후반이었으니까. 자신감도 있었다. 어디든 들어가겠지.라는 막연한 자심감까지.. 그러나 두 번째 직장도 실업자 생활 4.5개월 만에 지인 소개로 겨우 들어갔다. 그게 아니었으면 아마 계속 됐을 거 같다. 그리고 들어가게 된 계기도 하늘문이 열린 덕분이었다 (내가 이전에 했던 직급의 사람이 갑자기 이직을 하게 되면서 급하게 사람을 뽑는 경우인데, 요즘은 이런 경우가 급격히 줄어즐고 있다. 왜냐하면, 문화가 바뀌어서 내부자로 전환배치 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이 50대 초반. 뭘 해도 애매한 나이. 보통은 임원으로 가야 하는데. 좋은 학교 출신도 아니고, 인맥도 넓은 편도 아니고 (인맥은 위로 많아야 한다) 다녔던 회사 출신들이 여기저기 회사 창업도 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팀장으로는 너무 늙다리고, 써먹는 게 쉽지 않다는 거. 그리고 변화된 경영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미지수고, 머리만 굵어서 사사건건 반대의사만 할 가능성도 높고.. 어쩌면 두 번째 회사를 나올 때 이젠 정규회사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처럼 비자발적으로, 갑자기 준비 없이 나왔다고 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첫 번째는 루틴의 설정이다. 회사 생활처럼 사는 것이다. 평인을 직장 다닐 때처럼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디서든 (나는 도서관에 있는 중이다) 퇴사 후 많이 하는 자격증 준비와 공부할 것을 찾아야 한다
두 번째는 계속 나에 대한 탐구, 그러나 중요한 건 행동이다. 내가 어떤 걸 잘하는지. 그건 직업으로서 경력으로서만이 아니라 취미까지 확대해서 봐야 한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선 안된다. 이건 내가 다양한 재취업 기관에서 들었던 공통된 키워드다. 절대 기존에 했던 방식대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 여기서 한 가지 조심할 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년으로서 특정 기술이나 인맥 그리고 해당 업종의 발전여부 (성장산업인지?) 등을 따져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거라고 본다. 그러면 취업, 자격증, 그리고 창업 모두 귀를 열어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재취업 기관에서 가장 주의를 요하는 건 창업이다, 워낙 실패 확률이 높아서다. 내가 직장생활 잘한 것과 장사를 잘하는 건 다르기 때문에. 특히 요즘은 불경기에 창업 비용이 억대를 왔다 갔다 하므로, 정말 조심해야 한다
세 번째는 소비 지출에 대한 관리다. 기존의 소비 습관을 수정하는데 두 달 걸렸다. 일단 회사를 나오면 다 줄여야 한다. 특히 남자는 만남이 쥐약이다. 요즘 누굴 만나면 10만 원은 그냥 깨진다. 그게 몇 번이면 금방 50만 원이다. 또 필요이상 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퇴사 전에는 자동차를 끌고 혼자 여행을 다니곤 했다. 그것도 없앴다. 자동차를 끌고 나가면 20만 원이다. 아직도 비용은 다 못 줄였다. 보험이나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을 빼고서 한 달에 30만 밑으로 줄이려고 하는데 (그래도 생활비와 개인 고정 지출 생각하면 총비용은 꽤 나간다) 아직 반도 못 이루었다.
네 번째는 돈 안 드는 행동을 통한 마음치유. 이것도 잘 챙겨야 한다. 왜 서두에 '돈 안 드는'이란 표현을 썼냐면, 보통 이때 친구나 예전 회사 동료를 찾기 마련인데, 친구들의 그냥 하는 위로나, 예전 회사 동료들의 전 직장 얘기가 주를 이루는 만남은 정말 도움이 1도 안 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나도 재취업 도전 1-3월 초까지도 일주일에 3회 이상을 저녁 약속을 가졌다. 결과는 후회막심이다.
끝으로, 어제 지방에 사는 친구가 연락이 왔는데, 갑자기, '취업준비하는데, 시간 내서 내려와서 밥 한 끼 하자는 얘기를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한 말은 대략 이렇다. '말을 끊어서 미안한데, 당분간은 사람들 안 만나려고, 마음은 고맙지만, 내가 내려가면 밥 한 끼 먹는데, 내가 지불하는 돈은 20만 원 정도 든다. 그렇게 하다 보면 금방 돈이 바닥날 거다. 그렇다고 한두 달 일을 안 한다고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냥 돈을 쓰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꼬박 생활비도 나가는데, 내가 쓰는 지출을 못줄이면,.. 이제는 돈을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돈을 지키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자존감이라는 건 인격보다는 결국 돈의 있고, 없음이라는 거. 지금 나의 0순위는 일을 찾아서 다시금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데. 일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그날그날 위로를 받는다는 건 지금으로서는 큰 도움이 안 된다. 하루빨리 방향을 정하고 일자리를 찾는 것을 묵묵히 응원해 주는 게 더 도와주는 거다.' 내가 그 친구에게 이런 솔직한 말을 할 수 있었던 건 그 친구는 꽤 오랫동안 고시를 준비를 했었고, 계속 낙방하다 보니, 36살 때 갑자기 위기의식이 들어서 이듬해 바로 교정직 공무원이 된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어머니가 준 용돈으로 생활을 해야 했기에 내 마음을 이해해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자 친구도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현재 구직인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무작정 사람 좋다고 친구들 만나 술 한잔 기울인다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내 구직생활을 더 연장시키는데 도움이 될 뿐이라는 것을..
구직활동을 한다는 건 자신과의 싸움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특히 50대 구직 중이라면, 그 외로움이나 고민은 이루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 그게 숙명이 아닐까 싶다
이 자리를 빌려 묵묵히 구직을 준비 중인 수많은 중장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