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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by 박동규

너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다녔다

희기도 검기도 한 다색의 선홍이었다

둥근 곡선과 곧은 직선이 한 데 모여있었다

곧고 둥근 선홍빛 향은 날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렇게 그 물음표에 순응했다

내음이 지긋한 순백의 물음들을

너를 향해 쏟아냈다

그랬다. 그렇게 하나 둘 씩 시작했다


물음표의 곡선이 점점 곧아져 갔다

머리가 아닌 심장이 자극되어만 갔다

두통이 아닌 심장통에 가까웠던 마약같은 고통을

난 쉽게 끊어내고 싶지 않았다


처음이었나, 아니 두번째였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와야 겠다는 결심 다음의,

생에서의 아득하지만 분명한 선택이었다

믿었다. 너를 그리고 나를.


나의 모든 것을 나는 책임지려고만했다

그 모든 것 중 네가 가장 내겐 중요했다

부족했기에 나의 모든 것을 들이부었다

달아오르길 부족해 점차 끓어올랐다


쉬지 않았다 뛰고 또 뛰었다

곰방이든 곰팡이든 난 상관없었다.

너를 대할 수만 있다면 그깟 땀방울 따윈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느낄 수 없었다


그랬던 우리였는데,

어느순간 너의 모습이 회백색으로 바래보인다

아무리 눈을 비벼봐도 그대로인 내 눈이

분명 어딘가 잘못됐을거라, 그런 것일거라 믿는다.


만물은 변한다고들 한다

꽃이 지고 열매가 열리듯.

모든 것은 만물의 범주에 지나지 않는다

그랬나보다 너도, 그리고 나도.


여태껏 털어놓은 수많은 말들과

네 앞에 늘어놓은 수많은 행동이

이 몇 마디로 모두 집약된다는 사실이

믿기지도 믿을리도 없지만,


점차 곧았던 직선이 흐려지고

둥근 원형만이 남는다.

너는 눈물을 흘리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나는 걷는다.

반대 방향으로 한발씩 내딛는다

안개가 자욱한 그 곳으로 들어가

너란 광명을 눈감아 보려한다


그렇게 녹진하고 새하얬던,

달콤했던 나의 한 조각이

다시 빛날지 모를 새로움을 맞이하며,

작렬히, 끝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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