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은 핑계일 뿐!

by mari


밤 산책의 목적이 있었다.




빈 둥지증후군.


아무도 없는 집이 너무 조용하다.

이것이 바로 빈 둥지증후군인가?


아이들이 크고 나서 변화된 것이 있다.

바로 퇴근 후 여유시간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퇴근하자마자 할 일이 많았다.

저녁준비하며 아이들을 챙겨야 했고, 아이들이 잠들면 쉬는 시간이 아니라 밀린 집안일을 해야 했다.


항상 바라고 바라던 시간.

나만의 여유시간이었다.


어른만큼 바쁜 아이들이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볼 수 있는 아이들은 집에 와서도 그들만의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이 나를 찾지 않는다.


그토록 바라던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그런데 바라던 만큼 기쁘지가 않았다.


오히려 맨날 나를 찾아 힘들게 하던 그때가 그립기까지 하다.


먼 훗날에 만날 줄 알았던 빈 둥지증후군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퇴근 후 우리 부부는 아무도 없는 집의 환기를 시킨다.

아침 출근할 때의 모습 그대로인 집을 보니 잠시 타임슬립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빠질 수 없는 일과.


"밥 먹자"


둘만 먹는 저녁 메뉴의 기본은 쉽고 간단해야 한다.

나는 밥과 김치만 있어도 삼시세끼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를 위해 계란프라이를 해서 저녁을 해결했다.


우리들만의 자유시간.


"우리 밤 산책 가자"

"어? 왜 연락이 안 오지?"


아이는 종종 아이패드를 가져다 달라고 전화했기에 밤 산책을 핑계 삼아 아이 학원이 산책의 종착역이 되었다.


밤 산책은 핑계일 뿐 아이 만나러 가는 길이다.


밤 산책의 대화 주제는 '아이들'이다.


"연락 안 왔어?"

"전화기 봐봐"


기약 없이 찾아가는 갑작스러운 만남에 아이가 어찌 반응할지 궁금하다.

짧은 눈 맞춤 한 번으로 족하는 빈 둥지증후군의 처방전.


밤 산책을 핑계 삼아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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