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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를 찾아서 Apr 19. 2023

저는 어머니처럼  조국을 배신하고 싶지 않아요

2003년 여름쯤

학교에 모르는 아줌마 두 명이 찾아왔다.

"00아 안녕, 엄마가 보내서 왔단다"

"전 엄마가 없는데요..."


"아니야 먼 곳에서 엄마가 00이 주라고 선물도 많이 보내줬어"

"예.. 전 엄마가 없어요"

그때 두 명의 아줌마들 뒤로 낯이 익은 아줌마가 한 명 더 보였다.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먼 곳에 있었다.

나는 그대로 뒤를 돌아 섰고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그날 하굣길에 엄마와 똑 닮은 아줌마가 나를 불러 세웠다. 후줄근한 옷차림을 한 그 여인은 오전에 먼 곳에서 나를 바라보던 아줌마였다.


"00아... 이모 기억하니?"

"아니요 모르겠습니다." 기억하지만 모른다고 답했다.

"우리 00이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 하는데 엄마랑 전화통화 안 할래?"

"아니요 전 엄마가 돌아가시고 없는데요."라고 대답했지만 '에?? 드디어 우리 엄마가 나를 보고 싶어 한다고? 버린 줄로만 알았던 나를 엄마가 보고 싶어 한다니.....'




엄마와 똑 닮은 여인이 울면서 나를 설득했고 함께 어느 집으로 들어갔다.

예측하셨겠지만 닮은 여인은 우리 엄마의 8살 언니인 나에게 이모였다.


집으로 들어가서 이것저것 간식을 주섬주섬 먹을 동안 이모와 친구분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 "어머니를 오늘 볼 수 있어요?"

- "응 엄마 목소리 들을 수 있어"

- "어머니가 어디 있길래 목소리 밖에 못 들어요?"

- "응 엄마가 지금 바쁘고 멀리 있어서 오늘은 00이랑 목소리만 듣기로 했어"




그래 뭐 8년 가까이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던 터라 그 정도여도 만족할만했다.

그러면서 들려오는 이모와 친구분의 목소리...

"몇 분 정도 가능해?"

"10분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 요즘엔 감시도 심하고 해서 좀 비싸"


그리고 이불장 문을 열고 구석에 머리를 박고 이모가 먼저 통화한 후 수화기를 넘겨받게 되었다.




- "여보세요? 아들... 우리 아들... 엄마가 너무너무 미안해... 보고 싶다"

-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십니까? 어디 있는데 아들 보러 한번 오질 못합니까?"

하소연도 아니었다. 그리고 어머니라는 말을 꺼내보지도 못했다.

단순히 엄마를 향한 아들의 어리광 정도였을까

아버지는 어떠했으며, 할아버지와 할머니 고무부와 고모, 삼촌들의 얘기들 까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옆에서 이모와 친구분은 그런 얘기는 하지 말고 중요한 얘기만 하고 끊으라고 한다.

나에게 중요한 얘기가 무엇일까


세상에... 30분 먹은 식사도 소화되는데 3~4시간이 걸리거늘

8년을 못 본 어머니의 목소리를 10분 만에 듣고 끝내라니....

처음 보는 이모 친구집 이불장 속에 머리를 틀어박고 흐느끼며 어머니를 불렀다.


- "엄마가 미안해. 우리 아들이 엄마에게 오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와도 돼."

- "어머니 저는 어머니처럼 조국을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그곳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확실한 건 당시 어머니는 북한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사용하는 어투나 단어들을 듣고 한국 드라마에서 보고 듣던 말투랑 비슷하다는 것을 통화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머니 혹시 지금 남조선입니까?" "00아 그런 얘기는 위험하니까 하지 말자."

확실하다.

우리 엄마는 지금 남조선에 있다.


그렇게 어머니와 나의 첫 연락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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