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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를 찾아서 Mar 22. 2023

그녀와의 첫 만남



하나원이라는 곳에서는 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되어 있다.

오전에 교육 받고 점심식사 후 오후 교육 1~2개 받으면 하루 일과가 끝나게 된다.

성인 남자들만 가득한 곳에서 기껏해야 티비보고 카드놀이 하고 운동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렇다보니 웃픈 경험이지만 어른들이 기관 벽에 걸려 있는 손소독 알콜을 수돗물에 해석해서 마신 적도 있어 난리가 난적도 있었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다 보면 한달 후 면회가 가능해 진다.

면회 왔다는 안내방송에서 내 이름이 호명되고 면회 장소로 뛰어 갔다.

설레었다. 그러면서도 두려웠다. 못 알아보면 어쩌지? 이렇게 성장한 나를 그녀는 알아볼 수 있을까?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면회 장소를 도착하다 보니 다른 많은 가족들이 보인다. 그 중 제일 키가 작고 검은 옷 차림에 스카프를 살며시 두른 아줌마가 보인다.

엄마다. 아니 정확히는 어머니다. 내 나이 20살....

15년 만에 만난 가족이다.


어렸을 적 엄마가 보고싶을 때 가끔씩 꺼내보던 신분증의 그 조그만 사진 속 그녀,

그걸 보다가 아빠에게 들켜 죽도록 맞으면서도 사수하고 싶었던 4*3 사진 속 그녀,

‘엄마’라는 단어 하나로 내 기억속에서 꾸역꾸역 남겨져 있던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희미해져 가는 엄마의 모습을 기억해 두려고 거울을 보면서 ‘나는 엄마를 닮았을거야’라며 혼자 되뇌이던 시간들이 한 순간에 무의미해졌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누가봐도 내 엄마였다. 유전자 검사따윈 필요 없는…

엄마는 달려와 나를 껴 안았다. 정확히는 내 품에 안겼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엄마 앞에서 나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냥 어벙벙한 상태에서 하늘만 바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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