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윌리를 찾아서 Apr 02. 2023

10원짜리 눈물

초등학교 때 였다.

북한에서는 봄과 가을에 체육대회(운동회)를 연다.

이 날은 아이들에게 가장 기다려지는 날 중 하루다.

엄마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자녀들의 점심 도시락(벤또)과 선생님께 드릴 도시락, 간식들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선생님께 도시락이나 간식을 드리는 이유는 우리 아이를 잘 봐달라는 의미의 뇌물의 일종이다.

운동회 날 선생님 자리에는 도시락들과 각종 선물들로 가득해진다. 2단, 3단 도시락들을 기준으로 앞으로 어떤 아이가 선생님의 이쁨을 받을지는 뻔하게 정해지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선생님께 한번도 도시락을 드려본 적이 없다.

나도 도시락을 드려 한번 정도는 어깨 으쓱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삼촌어머니에게 도시락을 준비해 달라고 말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 도시락 하나도 준비해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생님 도시락은 어불성설이었다.


도시락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용돈이다. 당연히 부잣집 아이들은 용돈을 많이 받아오고 친구들에게 간식도 종종 사주기도 한다. 반면 나는 그런 친구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삼촌 어머니에게 용돈까지 기대할 수 없는 나는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이 아이스크림이나 간식들을 사 먹을때 혼자 부끄럽게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몰래 삼촌 어머니 지갑에서 10원짜리 지폐를 한장 꺼내다가 들키게 되었다. 삼촌 어머니는 그날 저녁 어린이가 벌써부터 돈을 밝히고 도둑질을 한다고 가족이 있는 앞에서 나를 혼냈다.

그리고 베개를 들고 촛불 아래서 1시간 가량 벌을 서게 되었다.

옆에서 삼촌과 삼촌 어머니는 갓난아기인 딸을 들여다 보며 "우리 ㅇㅇ은 오빠처럼 키우지 않을꺼야"...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한마디였다.

    - 오빠처럼 엄마없는 아이로 키우지 않을꺼야

    - 오빠처럼 도둑질 하는 아이로 키우지 않을꺼야

    - 오빠처럼 불쌍하게 키우지 않을꺼야....등의 의미로 들렸다.


이런 말을 옆에서 듣고 있다가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들고 있던 베개를 삼촌과 삼촌어머니쪽으로 던져버리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 저녁 8시만 되어도 할 것도 없고 깜깜한 북한 어촌에서는 갈곳이라곤 딱히 없다.

마당에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소리없는 울음이었지만 펑펑 울었다.


더 서러웠던 것은 집안에서 불이 꺼졌다. 아무도 나를 데리러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길로 바닷가로 가 정박해 놓은 배에서 몰래 잠을 잦다.


다음날 운동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학교에 있었지만 운동회는 참가하지 않았다.



도둑질은 나쁜 것이다. 유치원생도 다 아는 것임에도 나는 왜 그 지갑에 손을 댓을까?

아이스크림 두개 먹으면 끝나는 10원 한장 때문에 불행한 내 인생을 다시 확인하고 한탄하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첫 날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