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플을 구웠습니다

2021. 12. 11.

by midsunset


딱딱했던 아보카도가 물렁하게 잘 익었다. 반으로 갈라 씨를 빼내고 숟가락으로 속을 파내 블렌더 컵에 넣었다. 거기에 달콤한 바나나와 우유를 넣고 버튼을 눌렀다. 옅은 초록의 부드러운 주스가 만들어졌다. 맛이 있겠지? 하면서 한 모금 마셔보니, 역시나 달콤하고 부들부들한 아보카도의 신선한 맛이 바나나와 잘 어우러졌다.


쌀가루가 반이 넘게 들어있다는 와플 믹스를 주문해서 어제 받았다. 아침부터 와플이 먹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기에 괜찮을 것 같았다. 계란 하나를 깨어 잘 풀어주고 물 조금과 믹스를 넣고 잘 섞었다. 아이보리색 반죽이 완성될 때쯤, 와플팬을 예열하기 위해 버튼을 눌렀다.


큰 아이는 신맛을 싫어해서 새콤한 과일들을 거의 먹지 않는다. 요즘 딸기가 너무 맛있다길래, 큰 아이 빼고라도 맛 좀 보자, 하고 엊그제 사 온 딸기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잘 씻어 체에 바친 딸기의 색이 새색시 연지처럼 곱게 빨갛다. 꼭지를 썰어내고 딸기를 접시에 가지런히 담았다. 유명 체인점의 케이크 위에 있던 볼록한 딸기들의 모양을 따라 해 본다. 언제 쓸지는 몰라도 괜히 사 보고 싶던 슈가파우더를 저 안 쪽에서 꺼냈다. 톡톡 두드릴 때마다 딸기 위로 새하얀 눈이 가늘게 내려앉았다.


와플팬에서 고소하고 달달한 냄새가 난다. 윗판을 들어보니 노릇하게 구워진 와플이 모눈종이 모양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포크로 가장자리를 살짝 들어 꺼내고, 새 반죽을 다시 붓는다. 작은 아이가 방에서 놀다가 달려와서 조리대 위를 살핀다.


엄마, 맛있는 냄새가 나요!

우와! 형아야, 오늘 아침밥은 와플이야!


신이 난 작은 아이가 방으로 뛰어가고, 와플을 세 장 더 구워서 접시에 놓는다. 냉장고에 있던 휘핑크림을 꺼내어 활짝 핀 꽃 모양으로 작은 그릇에 담고, 시리얼을 한 스푼 얹어준다. 메이플 시럽도 지그재그 올려주었다. 애들을 부르려다가 멈칫, 아차차 중요한 게 하나 남았네, 혼잣말을 한다.


드리퍼를 꺼내 종이필터를 펼친다. 며칠 전, 맛 좀 보겠냐며 아이 친구 엄마가 건네 준 원두가루를 꺼내어 세 스푼 덜었다. 포트의 뜨거운 물로 종이필터를 적시며 올라오는 커피 향을 맡으니, 이제야 조금 잠이 깨는 것 같다. 보글보글 머뭇거리다가 쪼르륵 소리를 내며 내려오는 커피 줄기가 괜히 기분이 좋다.


식탁 위에 어제 사 온 작은 포인세티아 화분 옆으로 접시를 하나씩 놓았다. 하얀 눈 내려앉은 딸기 접시, 겉바속촉으로 잘 구워진 와플 접시, 토핑이 올라간 크림이 담긴 접시와 아보카도 주스, 갓 내린 따뜻한 커피를 차례로 내려놓았다. 포크와 스푼, 앞접시를 각 자리에 놓고 아이들을 불렀다.


엄마, 너무 예쁘고 맛있어요. 엄마 최고!

엄마, 와플이랑 크림이랑 딸기랑 같이 먹으니까 진짜 맛있어요.


커피 한 모금 마셨는데,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괜히 배가 불렀다. 꽤 준비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은데 접시는 십여분 정도만에 다 비워졌다.


토요일, 볕이 며칠 계속 좋더니 오늘도 좋다.


점심엔 든든한 밥을 챙겨줘야겠네, 생각하며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조금 귀찮은데 왠지 좋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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