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7.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언 일 년이 다 되어간다. 배우기 전에는 골프채를 휘두르는 게 얼마나 운동이 되겠나, 그냥 폼을 배우는 정도라고 생각해서 필드에 다녀와서 힘들다는 남편을 꽤 얕보곤 했었다. 연습장에 들어가 십여분 정도가 지나면 온 몸에 땀이 나는 것을 느끼는데, 이렇게 전신운동이 되는 거였다니, 얕봐서 미안하단 생각이 든다.
처음엔 골프채를 적당한 각도와 힘으로 잡는 것이 참 어렵고 힘들어서 아침에 일어나면 손의 붓기를 체크하고 악력을 키우려 수시로 공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다음엔 고관절을 살짝 뒤로 하고 무게를 발의 앞쪽에 두는 자세, 그다음엔 두 발의 무게를 알맞게 이동시키는 것. 그다음엔, 그다음엔…….
참으로 슬프고 웃긴 것은 이제 좀 미션을 달성했나 싶으면 그다음 미션이 주어지고, 다음 미션을 달성하면 앞서 달성한 미션을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다리가 잡히면 손이 말을 안 듣고 어깨가 잡히면 팔이 말을 안 듣는 방식으로 말이다. 중간에 일이라도 생겨 한 주 정도 건너 채를 잡으면 마치 처음 골프채를 잡은 사람처럼 한참을 헤매는 나 자신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유난히 공이 청량한 소리를 내며 날아가고, 이제 좀 내 것이 되었나 싶게 스윙이 편해지는 날도 있다. 아, 드디어 내가 골프 좀 치는 사람들의 반열에 올라서는 건가, 착각을 할 정도로 몸은 별로 안 힘들면서 공은 쭉쭉 날아가는 그런 날.
하지만 문제는 그런 날의 자세와 힘, 자연스러움이 내 몸에 찰떡같이 딱 붙어 변치 않는 기술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 다음에 또 다르고, 어떤 날 또 다르고, 몸이 부어서 다르고, 허리가 왠지 불편해서 안 되고, 정말 가까워질래야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가 골프와 나의 사이인가 싶을 때가 많다.
열에 한두 번, 시원하게 날아가는 공 때문에, 그 공을 시원하게 날린 그 기분 때문에 어쩌다 보니 일 년 가까이 골프를 하고 있다. 필드의 쨍한 초록과 요즘 코로나 시대에 사방이 뚫린 곳을 누비는 상쾌한 기분에 매료되어 골프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는데, 덕분에 나의 설득에도 관심이 전혀 없어 함께 필드에 나갈 일이 없을 것 같던 지인들까지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 생기니, 괜히 기분이 들뜨고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즐겁다. 집콕이 일상이 되고, 혼자만의 시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현대 사회에 살고 있지만, 함께 모여 웃고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어쩌면 다들 늘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렇듯이.
내일은 큰 아이가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는 첫날이다. 나는 잠시 늠름하게 잘 큰 큰아들과 함께 필드를 걷는 상상을 해 본다. 그런데 이왕이면 좀 잘 치는 엄마이고 싶네. 연습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