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사람도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2021. 12. 20.

by midsunset


거실 창가에 셀렘 화분이 하나 있다. 제주도에 와서 처음 집에 들인 화분인데, 일 년 남짓 싱싱하게 잘 자라다가 어느 순간 잎사귀에 노란 부분들이 생겨났다. 꽃집에서는 통풍을 잘 시켜주고, 물을 좀 더 자주 주라고 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창문을 조금 열어둔 채로 그 자리에 화분을 두고 물도 겉흙이 마를 때마다 열심히 챙겨줬다.


노란 잎사귀를 잘라내고 얼마 지난 후에는 까만색으로 아주 작은 먼지 같은 점들이 줄기와 잎사귀 뒷면에 생겨났다. 꽃집 사장님은 움직이는지 잘 보고 주방세제를 살짝 희석해서 닦아내라고 하셔서 그대로 깨끗하게 닦아냈다. 어제 닦아내도 오늘 생기고 오늘 닦아내도 내일 생겨났다. 더 지난 후에는 그것들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시들시들 힘이 없어진 채로 갈색 잎사귀로 변해갔다. 각종 블로그의 셀렘 키우기 기록을 뒤지다가, 줄기와 뿌리가 튼튼한 편인 것을 확인한 후 댕강 시든 부분들을 잘라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인생 제2막을 맞이한 셀렘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잎사귀를 만들어내며 다시 싱싱하고 건강해지는 듯했다. 매일 아침 상태를 살피는 것을 슬슬 게을리할 때쯤, 이제 막 자라난 작은 잎사귀 끝이 누렇거나 갈색으로 변한 것을 발견했다. 또 왜 그러니, 이제 막 나왔는데……. 한숨을 쉬며 흙을 뒤적거리고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분무를 해 가며 다시 보살핌에 집중했다. 무슨 수를 써도 상태가 썩 괜찮아지지 않는 식물을 보니, 마치 잔기침을 덜어내지 못하고 오래 지닌 아이를 키우는 것 마냥 마음이 쓰이고 속상했다.


날씨가 추워지니, 바깥공기가 차가워 창문을 덜 열어두게 되고, 셀렘은 여전히 시들한 채, 그 사이 또 새싹을 틔웠다. 뿌리든 줄기든, 무언가 영양이 부실하게 병든 부분이 있나 본데, 이제 막 세상을 보러 나오는 새싹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힘들게 줄기를 뚫고 시원하고 밝은 바깥을 기대하며 고개를 들었을 텐데, 먼저 나온 지 얼마 안 된 잎사귀들이 초록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말 테니.


시들어서 윤기도 초록빛도 잃어버린 작은 잎사귀들을 잘라내고 식물 영양제 하나를 흙에 꼽아주었다. 부디 다시 건강해지기를,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어느 날 저어기 동남아 어딘가에서 봤던 푸릇푸릇 건강한 셀렘이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내가 사랑하는 모든 존재들,

식물도 사람도 모두, 건강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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