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만 하고 싶은 일들

2022. 1. 6.

by midsunset


“꼭 해내고야 말겠다!”

라고 다짐하면, 지키지 못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하고 싶은 일들 리스트를 종종 작성하는 편이다. 일종의 취미생활과 비슷하게 나의 선택과 실행에 강요가 없는 것이 매력적이니까.


올해, 하고 싶은 일들 중 이렇게 다수가 읽어도 상관없을 법한 일을 몇 개 골라보았다.


첫 번째는, ‘일회용 봉투 사용하지 않기’이다. 차에 쇼핑백이나 다른 곳에서 받은 봉투들을 장바구니와 함께 담아두었다. 그럼에도 마트나 상점에 들어갈 때 깜박하고 안 가져갈 때도 많고 요즘 워낙 포장이 잘 된 상품들이 많아서 그냥 챙겨 들고 나오거나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구입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올해는 꼭 최대한 내가 가진 봉투들을 활용할 것, 일회용 봉투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할 것. 그것이 내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꼭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가끔 생각하기를 다수의 사람들이 같이 행동한다면 일회용 비닐 생산 업체가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날이 올까, 그런 걱정이 들기도 한다. 뭐, 그거야 상황에 맞는 대안을 찾아갈 테니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두 번째는, ‘최대한 많이 걸을 것’. 가까운 거리, 걸을만한 산책로, 둘레길, 올레길, 각종 길들을 많이 걷는 것이 귀찮지만 올해 꼭 하고 싶은 일이다. 걸으며 생각 정리도 하고, 연료 사용을 줄이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늘 생각하면서도 왜 이렇게 잘 안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제주도는 정말 걷기 좋은 곳이 많은데, 바람이 강하고 해가 뜨거운 날에는 길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편이다. 서울에서 생활할 때보다 피부가 많이 까무잡잡해지고 잡티도 많이 생겼다는 이유로 나는 거의 차를 사용해서 이동하는 생활을 해 왔다. 팔토시와 선글라스, 커다란 선캡 등 각종 자외선 차단용 장비를 사 들였으니 올해는 최대한 그것들을 꺼내 써야겠다. 되도록 걸어 다니는 습관을 꼭 몸에 착 붙이고 싶다.


세 번째는, ‘음식을 최대한 오래 씹을 것’. 나는 소화기가 건강하지 않은 편이다. 위장병을 상시로 달고 사는 삶이다 보니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한다. 좋아한다기보다는 일종의 생존본능으로 선택하게 된 것 같다. 두부, 죽, 아이스크림과 같은 크리미 한 식감을 가진 음식을 주로 많이 먹는 편인데 가끔은 기름지고 바삭한 것들이 너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음식을 먹은 날은 대부분 소화제를 찾는다. 몸 내부 기관 중 어딘가에 음식이 턱 걸린 느낌이 난다거나 속이 더부룩하고 포만감이 너무 오래가기 때문이다. 올해는 음식을 조금 골고루 먹어서 건강해지고 싶고 소화제 없이 소화시키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 음식을 최대한 오래 많이 씹는 것이 당연한 방법인 것을 알고 있었는데 쉽고 당연한 만큼 쉽고 당연하게 잊고 음식을 먹기 일쑤였다. 올해는 꼭 무엇이든 오물오물 잘근잘근 오래 씹어서 소화를 잘 시키고 싶다.


귀찮고 사소하다 여겨서 지나친 다짐들을 끌어다가 이곳에 적으니, 시작이 반이라고 괜히 올해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뒤따라 믹스커피 덜 마시기, 잠자리에 누워 핸드폰 안 보기, 쇼핑에 신중하기 등등 실행해보고 싶은 일이 수없이 떠오른다. 올해는 조금 다르기를, 내가 마흔부터 좀 달라졌구나, 하는 회상을 언젠가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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