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구를 옮깁니다

2022. 1. 29.

by midsunset


나는 가구 옮기는 일을 좋아한다. 힘이 약간 남아도는 것 같을 때, 무언가 치워도 치워도 깨끗함이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때, 어딘가 가고 싶은데 집 밖을 나서고 싶지는 않을 때, 대략 그런 생각이 들 때 집을 쭉 둘러본다.


그렇게 며칠 동안 집을 둘러봤다. 어떤 놈으로 할까, 눈총을 쏘아대면서 사냥감을 찾는 하이에나처럼 매섭게 무엇을 옮겨야 내 속에 뻥 뚫리고 기분전환이 될까 곰곰이 생각했다.


사실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싶지만 아이들이 있는 집에 그것이 가능할 리가 없으므로, 대신 필요한 가구를 최소한으로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편인데 그 때문에 딱히 옮길만한 가구가 눈에 딱 들어오질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있으면서 역할에 충실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렇게 며칠을 탐색하다가 오늘 아침, 눈을 뜨면서 생각했다. 그래, 침대! 너로 정했다. 그리고 침대 옆에 놓인 책 읽는 테이블과 매트를 한 번 쏘아봤다. 그림이 그려졌다. 침대를 옮기고 저기 안쪽 구석에 매트를 놓으면 엄청 안락해질 것 같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정말 간절히 무언가 옮기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야심 차게 청소기와 걸레를 챙겼다.


가구가 한 자리를 오랜 시간 차지하고 있으면 그 아래나 구석을 아무리 꼼꼼하게 청소한다 해도 머문 자리에 고인 먼지와 때가 있기 마련이다. 가구를 옮길 때 그것을 닦아내면 얼마나 속이 시원해지는지, 침대 프레임을 쓱쓱 닦고, 원래 있던 자리를 닦으면서 신바람이 났다. 그리고 덕분에 그렇게 찾고 찾던 자주 쓰는 볼펜과 누가 밤마다 가져간 것처럼 사라지곤 하던 머리끈들도 찾았다.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키고, 침대 시트를 교체하고 청소기로 남은 먼지를 한 번 더 빨아들이고 나서 방 정리를 마쳤다. 거실에서 뛰어다니며 놀던 아이들이 들어와서 보더니, “우와! 엄청 좋다!” 하면서 침대에 뒹굴어보고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려서 침대 옆 작은 매트에 앉았다. 아늑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점심때가 다 되도록 세수도 못했지만, 보람찬 토요일 오전이었다. 그래, 이거지. 잘 옮겼네. 혼잣말을 하며 마시는 커피가 참 맛있었다. 왠지 오늘 밤에는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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