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8.
요즘 나는 정혜윤 작가의 ‘뜻밖의 좋은 일’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종교적인 이야기인가, 예술적인 이해가 있어야 할까, 처음엔 내용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지만, 몇 장 넘기면서 진도가 붙고 글이 다가왔다.
책을 읽다가, 어이쿠! 하고 멈추게 된 페이지가 있었다. 잊고 싶지 않은 책 속의 문장들은 어디에나 한번 적어두면 기억에 남기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적어본다.
…… 언제부터인가 나도 내 말을 듣기 시작했다. 내가 말을 하면 곧장 내 말을 녹음한 파일이 재생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아, 또 쓸데없는 말을 하네.
아, 또 남에게 잘 보이려고 치장하네.
또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고 있구나!
어디서 들은 말을 옮겨 담기 바쁘네.
엄청 진부하다.
영혼이 없군.
나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을 하는군!
그것은 마치 밤에 쓴 일기를 환한 대낮에 공개적으로 읽는 기분이다. 아! 이건 정말 아니다! 가슴이 썰렁하다 못해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 (중략) 나의 말은 세상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한참 잊고 지낼 때도 있다. 이미 꺼내놓은 나의 목소리를 되짚어보는 일 말이다. 타인의 말이 잊히지 않아 몸과 마음을 성가시게 하고 잠 못 이룰 때도 있지만, 나의 목소리를 듣는 일 또한 꽤 괴로운 일이라 여겨질 때가 있다. 그래서 책 속의 글을 보고 잠시 멈춰있었다.
아마도 나는 책 속의 문구에다 덧붙일 것이 더 있을 것 같다. 상대를 그대로 보려 하지 않고 있구나, 라던지 나의 독단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려 했구나, 라던지. 굳이 되짚어보기도 전에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 찝찝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 그런 날, 나의 목소리를 다시 듣다가 몹시 불편해지는 느낌은 간혹 그런 부분 때문이었다.
세상에는 괴롭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너무 귀찮지만 양치를 꼭 하고 자야 하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설명할 때처럼, 굳이 꼭 해야 하는 일들에 게으름을 피우고 시기를 늦출 필요가 없다는 말을 나에게 해 본다.
내 목소리를 듣고 살아야겠다. 좀 그러지 말자, 하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남보다는 내가 나를 타이르고 내가 나를 바꿔가는 게 훨씬 편한 일이니까. 이를 꼼꼼하게 매일 잘 닦아서 치과 베드에 누워 굳이 내 입 속을 훤히 열어보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치석을 떼어내는 전동 드릴 소리를 괴로워하며 듣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노력하며 자꾸 귀기울이다보면 어느 날은 내 목소리, 내 말소리 참 예쁘고 진중하네, 싶은 날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