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 쿠키와 바흐

독일인들은 종달새를 파이에 넣어 먹었어요!

by 사온
지난이야기: 독일인 플랫메이트들의 소음에 이기지 못하고 스위스로 떠난 사온. 스위스에서 닷새간의 휴가를 지냈습니다. 기찻길 옆의 호숫가를 걷기도 하고, 산봉우리에 눈이 덮힌 산을 보며 휴식. 휴대폰을 찾다가 핑크문이 뜬 것을 보고 경외를 느꼈다.


스위스 휴가 후 독일에 돌아오자마자 비자청을 찾았지만, 인파와 언어 장벽에 부딪히고 담당자와 타협도 어려웠습니다. 매일 반나절씩 기다리며 지쳐갔고, 독일어 공부와 피아노 연습도 못 해 답답하고 억울했습니다.


계속되는 비자청의 거절에 속상한 마음을 추스리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짐을 쌌어요. 독일에 온 것은, 단순히 졸업만이 목적은 아니였으니까요. 버스 안에서 변호사와 통화하고 유학생 커뮤니티에 질문하며 체류 문제를 알아봤어요. 프랑스인 친구는 제 독일어 실력을 원인이라 했지만, 서류가 완비된 상황에서 언어는 핑계일 뿐이었죠. 7시간 동안 그 친구와 다투며 문화와 언어의 벽에 부딪혔고, 결국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 친구 역시 신경을 썼기에 7시간 동안 휴대폰을 붙들고 실랑이를 벌였겠지요. 대부분 감정적인 충돌이었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것이 꽤 폭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진심에서 비롯된 충고라 해도, 당시의 저에게는 상처로 남더군요.



라이프치히로 가는 버스. 사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 아쉽네요.


그렇지만... 버스밖의 풍경은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듯 평화로웠습니다. 4월의 독일, 제가 탄 저가형 버스는 독일의 드넓은 땅을 달렸습니다. 샛노란 유채꽃과 푸른 들판은 거대한 펠트처럼 이졌습니다. 그 목가적인 풍경은 정확히 <헤르만헤세>의 소설에 종종 등장하곤 하는 낭만이 짙은 광경이였습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지의 빈악파 음악가들의 곡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정서, 꿈에서 본 것만같은 노스텔지아 그 자체였어요.


독일 집에 머물러 문제를 붙들고 있었다면 플랫메이트들의 소음과 컴플레인에 시달렸어야만 했을겁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라이프치히.

피아노 연습을 할 수 있는 숙소를 골라서 온 숙소에서는 금발의 독일인 여성분이 친절히 맞이해주셨습니다. 금전문제로 옵션에 제가 모르는 사람과 한 방을 같이 쓰는 조건을 선택했는데, 운좋게도 그 시기에는 여행객이 없었던 것인지 2층짜리 벙커침대를 같이 쓸 투숙객은 없었어요.


그렇게 바깥 산책을 위해 나왔습니다. 저는 여행을 오면 일단 하루 정도는 주위를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살피고 천천히 살펴보는 편이라서, 곧바로 주요 장소를 방문하기보다는 그 근처의 까페를 찾습니다. 마침 유명한 까페가 있어 들렀어요. 레모네이드를 시킨 뒤 자리를 찾았는데, 관광객이 너무 많아 자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빈 의자를 찾았는데, 혼자 앉았던 남자아이와 잠깐의 토킹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온 친구였는데, 친구들이랑 독일 투어 중 각자 가고싶은 장소가 달라서 잠깐 흩어진 상태라고 했어요.


저와 그 친구는 서로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음료를 마셨습니다. 서로 떠날 시간이 되자, 레모네이드 값을 내주면서 "이 곳에서 파는 쿠키가 정말 유명하니 꼭 먹어봐!" 라고 하더군요.


겉모습은 그닥 제 입맛에 맞지 않을 것 같은 텁텁한 모양이라 반신반의 했지만, 일단 믿고 사봤습니다. 글고 한입 베어물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부드럽고 달콤하면서, 기분나쁘지 않을정도의 단맛에 식감도 좋아서 정말 감동적이였어요.


그 쿠키의 이름은 바로, <라이프치히인들의 종달새>


Leipziger Lerche 쿠키 (종달새 쿠키)


놀랍게도 이 ‘종달새 쿠키(Lerche)’의 기원은 실제 파이에 살아 있는 종달새를 넣어 구워 내던 중세 유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냥이 허용되던 시절, 사냥꾼들은 작은 종달새를 밀가루 반죽으로 꽁꽁 싸서 오븐에 넣었습니다. 바로 이 풍습이 ‘파이안(Pie-Animal)’이라 불리는 작은 새 파이의 시초였지요.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 유럽, 특히 독일과 오스트리아 일대에서는 종달새를 사냥해 고기 파이로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후 동물 보호와 취향의 변화로 인해 실제 고기 대신, 종달새 모양이나 그 상징만 남게 되었지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종달새 쿠키는 그 전통을 기념하며 만들어진 것으로, 종달새 다리를 묶었던 십자 모양의 끈을 본뜬 장식이 특징입니다.


이내 사냥과 조류 보호법이 강화되자, 귀족 제과사들은 종달새 대신 반죽 위에 십자 모양의 칼집을 내 “종달새를 묶어 둔” 장식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 쿠키의 이름은 ‘Lerche(독일어로 종달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부드럽게 음미하는 그 쿠키에는, 더는 새가 아닌 고소한 아몬드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반죽은 부드러운 페이스트리처럼 손에 감겼다가, 오븐에 들어가면 겉은 살짝 바삭하게, 속은 풍성한 아몬드의 크리미함으로 채워집니다. 노릇하게 구워진 표면 위로, 가위나 칼로 낸 작은 십자 열매 자국이 선명히 남아 종달새의 자취를 떠올리게 합니다.


한 입 베어 물면, 첫 순간엔 버터와 아몬드의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 이내 설탕의 은은한 단맛과 레몬의 화사한 향이 어우러져 포근한 위로를 줍니다. 가운데 잼의 촉촉함이 부드럽게 퍼지는데, 저에게는 프랑스 음식보다 독일의 음식이 늘 취향에 맞는 것 같아요. 프랑스 음식은 "잘 조리된" 느낌이 강해 크림의 풍미와 음식의 조합이 매력이지만, 독일의 음식은 재료 본연의 맛이 너무나 잘 두드러지거든요.


그 까페는 아래 링크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cafekandler.de/


그 와중에 바흐, 멘델스존, 헨델의 생가와 주변을 돌아다니며 음악가들의 흔적들을 밟았습니다. 브라이작, 라이프치히, 할레잘레...


멘델스존의 생각에서 본 그의 수준급 실력의 그림, 그리고 그가 주고받은 편지만을 벽에 붙여놓은 하얀 방, 헨델이 살던 동네에서의 미술 대학 등...


그렇게 여행을 마친 뒤 다시 독일의 메아딩안으로 돌아왔고, 며칠간 성당에서 기도를 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매일매일 초를 봉헌하며 물었어요. 그렇게 저는, 웨일스 공국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모든 내용은 저의 인스타그램 계정과 웹페이지 일러스트에 그림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놀러오세요!


https://www.coucounene.art/



https://www.instagram.com/coucounene.atelier?igsh=Mm80YmJ6cWQ4dHc2&utm_source=qr​​​




초반의 이야기는 모두 스토리의 진행에 맞게, 일어난 사건의 순서가 아닌 스토리 전개의 순서대로 진행됩니다. 현재 연재되는 스토리는 모두 라이트버젼으로, 본편에서 더욱 풍성한 사진과 이야기들이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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