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이름 위에 별을 그리다 (4) 마지막편

by 사온
지난 이야기: 독일 메아딩안에 간신히 피아노를 뒀지만, 같이 사는 플랫메이트들의 파티와 생활 소음 등으로 인해 잠시 그 곳을 벗어나 스위스로 떠나는 사온. 체류 문제로 인해 한동안 고민하다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얼마 남지 않은 체류기간동안 독일을 여행하기로 한다. 라이프치히, 브라이작 등을 여행한 뒤 영국으로 떠난다.


영국에서 표류하듯 지낸 시간을 마친 뒤, 잠시 한국을 들렀습니다. 그리고 2019년경, 프랑스 입국심사를 마치고 파리에 들어섰어. 당시 파리의 분위기는 한국과는 달리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방역 수칙으로 인해 삶의 모든 부분이 멈추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도착한 숙소에서는 방역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집주인의 아들과, 불안을 호소하던 옆 방 매니저로 인해 갈등이 잦았습니다. 결국 숙소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저는 몽마르뜨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몽마르트 근처의 아파트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옮기게 된 방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일이 없었다면 이렇게 좋은 뷰에서 살 기회는 없었을 거예요.

많은 한국인들이 파리에 오면 한 번쯤은 에펠탑이 보이는 집에서 살아보겠다는 꿈을 꾸며, 하녀방이라도 마다하지 않곤 하죠. 하지만 제게는 그런 꿈을 “선택”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어쩌다 운이 좋아, 여기저기를 전전하며 떠돌게 된 신세였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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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사진은 몽마르뜨 성당이 보이는 뷰, 오른쪽은 거실.

.판데믹으로 인해 일정 거리 이상 나갈 수 없어 늘 집에서 지냈는데, 혼자 지내면서 조금 외로워질 땐 이렇게 길모어걸스를 프랑스어 번역 버전으로 들으며 불어 공부를 했습니다.


그 동안, 피아노를 칠 수 없어서 마음고생이 꽤나 심했어. (대신 그림을 그렸어요)


몽마르뜨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저는 파리 외곽 북서부로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아 들어갔어요. 그 곳에 피아노가 놓여져있었고, 집주인이 피아노를 언제든 연습해도 된다 허락했. 분명히 저는 전공생이기 때문에, 많이 연습해야한다 했지만, 제가 피아노를 치는 것은 순전히 그 주인 가족을 위해 선사할 즐거운 연주 서비스정도였을 뿐 그 이상의 조건은 아니였습니다. 그의 딸 역시 꽁서바토아(음악원)에 재학중이라며, 다를게 없는 조건이라 했으나, 세상의 모든 절차가 그렇듯 등록된 조건이 모든 개인을 같거나 달리 구별할 수는 없죠. 학년만 마쳤을 뿐, 다른 학교와 겸해 재학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음악 예술 활동에 대한 증빙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것을, 이 브런치의 장에, 다소 강하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예술이란 분야에서 ‘공인된’ 활동만이 살아남는 것은, 절대적인 구분 없이 오로지 기록된 겉면으로 예술의 본질을 지워버린다는 것을요.


그렇게 그 곳을 떠나고는, 13구의 한 아파트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 곳에서도 문제가 생겼어요. (그 이야기는 또다시 다른 편에서 실릴 예정입니다)


그러던 와중, 위의 몽마르뜨 아파트를 관리하던 집주인 여성분께 연락이 오게됩니다. 제가 무탈히 깨끗하게 숙소를 잘 썼다는 것을 좋게 봐주시면서, 다른 집에 들어와 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주신 것이였죠. 저는 그 곳에, 독일의 벙커에 맡겨둔 제 소중한 플레이옐 아가씨(나무 피아노)를 모시고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1년을 채 버티지 못한 채, 저는 음악가 드뷔시가 살던, "생 제르멍 엉 레"라는 곳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이 사진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제가 쓰는 브런치북 "이 계절의 이름을 몰라도" 2편에 등장하는 그 고양이 조에입니다. 이 곳에서 1년을 살았는데, 정말 황당하게도, 이제는 집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집안 전체가 재산싸움으로 어지러워집니다.


전 이 고양이 조에를 데리고, 제가 지금 이사한 곳 바로 전에 살던 집, 그러니까 자취하면서 가장 오래 버텼던, 이브리 쉬어센으로 이사를 강행하게 됩니다. 사진 자료도 많고, 몇년간의 일을 한번에 알려드리다보니 저도 체력이 부치는군요. 이브리 쉬어 센에 위치한 집은, 사방이 벽과 아파트로 둘러쌓인 아주 작은 집이였어요. 그 곳의 담장에는 장미나무가 심어져 있었죠. 그렇게 그 곳은 제 일러스트가 그려진 배경이 되고, 일러스트 작업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땅의 이름 위에 별을 그리다 시리즈는 이렇게 마칩니다.


해당 시리즈는 본편이 아닌 라이트 에디션으로 스토리의 진행에 맞게, 일어난 사건의 순서가 아닌 스토리 전개의 순서대로 진행됩니다. 축약본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초반의 전개는 본편에 더 풍성하게 사진과 함께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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