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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하루

아이를 보며 내 엄마를 떠올린다

입시생 아이를 보면서

by 불친절한 은자씨

몇 시나 되었나...베게 밑에 둔 둔 핸드폰을 더듬더듬 찾아내어 시간을 확인한다.

5시 30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상 6시에 알람을 맞춰두고 잠들지만, 5시 30분이면 눈이 절로 뜨인다.

주섬주섬 수면양말을 신고 머리를 동여메고, 안경을 찾아쓰고는 주방으로 나간다.


식세기 속 깨끗하게 건조된 식기들을 찬장에 차곡차곡 다시 쌓아두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이젠 제법 아침이 일찍 찾아와 밖은 어둠이 남아있지 않다.

국그릇 밥그릇 반찬종지, 컵 그리고 수저까지 제자리에 최대한 부딪히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행여 이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아이들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그리고는 이제 세 아이의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다.

오늘은 치킨샌드위치.

도시락 메뉴를 전날 미리 생각해두지 않으면 아침에 빨리 준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항상 다음 날 도시락거리를 생각해둔다. 학교에 급식이 있지만, 아이들은 매일같이 파스타와 야채수프만 먹는게 지겹다는 말을 듣고부터는 도시락을 싸 준다.

처음에는 세 명의 도시락을 싸는게 수고로웠는데,

이제는 그 수고로움이 되려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착착착 도시락과 물통을 짝맞춰 준비해두고 아침거리를 만든다.


7시 15분.

아이들을 깨울 시간이다.

5분이라도 더 재우고 싶지만, 8시 20분까지 학교를 가야하니 어쩔 수 없다.

가만히 큰 애 얼굴을 만지고서 아이를 깨운다.

"일어나야지."

아이가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킬 때 내 내마음이 저릿하다.

괜한 안타까움에 아이의 목과 어깨를 주물거린다.

"아이고 우리 아들. 피곤하지."

따빠렐라-덧문-를 올린다. 밖의 밝음이 방을 가득 채우면 막내가 저절로 눈을 뜬다.




차에 앉자마자 조수석에 앉은 큰 애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라디오도 끄고 아침햇살에 눈이 부실까봐 창문 가리개를 내려둔다. 길이 울퉁불퉁해서 애가 깰까봐 도로를 찬찬히 보며 집중해서 운전을 한다.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짠하기 그지없다.

공부하라고 등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게 당연한거지 싶으면서도

저렇게 조는 모습을 보면 또 안쓰럽다.

10분 남짓 달리니 학교에 도착했다.

제 덩치만한 가방을 메고 들어가는 뒤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본다.

에휴.

걸어들어가는 뒷 모습을 보니 또 짠해서 한숨이 나온다.


"엄마 큰 애가 그렇게 조는데 안쓰럽더라구요."

안쓰러웠던 마음을 내 엄마에게 털어놓으려 전화했더니 대뜸

"너도 그랬어. 너도 그렇게 공부했는데 기억안나?

하도 오래 앉아있어서 엉덩이에 뾰루지 나고 그랬잖아.

시험때면 새벽에 꼭 일어나서 공부하고,

그거보면서 엄마가 일했지. 우리 딸 공부하는거 너무 기특하고"


엄마에게 아들 얘기를 하니 엄마는 본인 딸 얘기를 하신다.

내가 큰 애 때문에 종종거릴까봐, 내 엄마는, 내 마음을 읽고 다독여주신다.

괜찮다고,

네 애가 잘 할거라고.

너도 그렇게 잘 했다고.

이 시간이 뒤돌아보면 나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일 거라고.


내가 엄마의 나이가 되면

그때도 나는 지금의 내 엄마처럼 오십을 바라보는 자식들에게 같은 심정일까.

마흔 중반의 엄마 모습을 떠올려보면 엄마는 늘 가게 일과 살림을 동시에 하느라 바쁘셨는데...

나는그 때의 엄마보다는 편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나이의 엄마는 정말 고단한 삶을 살았구나.

오늘 또 과거의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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