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에게 스타벅스라니
계속 새로고침을 하며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맡긴채 인터넷 세계를 유영하는 와중에 영알남의 로마스타벅스 방문기 에피소드에 멈췄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타벅스가 이탈리아 로마에 드.디.어 들어온 사실이 굉장히 쇼킹한 뉴스인것처럼 소개가 되고 매장의 분위기나 취급하는 메뉴와 커피 시음까지 이미 다 알고 있는 건데도 계속 보게된다. 커피의 종주국인 이탈리아에 얼음동동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파는 미국의 스타벅스라니!!
사실 스타벅스의 이탈리아 진출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카더라 통신을 통해 흘러나오던 이슈였다. 그러다 밀라노 두오모 근처의 문닫은 POSTE ITALIANE 중앙우체국 건물에 2018년 9월 7일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을 열면서 진출했다. 그 이후 밀라노 번화가 주변-포르타 누오바 역이나 가리발디역-사무실 밀집지역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몇 개의 지점이 더 생겼다. 처음 스타벅스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과연 이탈리안이 얼마나 스타벅스를 이용할 것인가, 그리고 과연 철수하지않고 이곳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결과만 놓고 얘기하자면, 적어도 밀라노에는 잘 안착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북부 이탈리아는-특히 밀라노는 사실 생각보다 인터내셔널한 도시이다. 아마 그래서 수도 로마가 아닌 밀라노에 제일 먼저, 그것도 원두를 직접 취급하는 리저브 로스터리 형태로 시작한 거라 짐작된다.
그리고 밀라노 스타벅스에서 취급하는 베이커리는 이탈리아 대표 베이커리 매장인 Princi에서 공수되는 것으로 알고있다. 즉 현지화라는 말이겠다.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햄버거 파이브가이즈는 물론 도미노피자, KFC 등 미국 프랜차이즈는 물론 버블티나 아이스음료를 파는 frankly 까지 웬만한 프랜차이즈 매장은 다 들어와 있다고 보면 되겠다.
아니 음식부심의 이탈리아에 미국 피자와 치킨에 커피라니! 몇 년전까지만 해도 얼음동동 아이스아메리카노 마시면 미개인취급하던 이탈리아 아닌가!
여기서 간과한 사실이 있다. 물론 많은 프랜차이즈들이 이곳에 들어오고 있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밀라노나 토리노 정도의 북부 지역과 로마에 한정되어 있다. 밀라노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 정도만 관광객이 줄서서 들르는 정도이다. 유동인구 많은 도심지역에 지점이 있는 이유도 그와 일맥한다. 즉 타겟팅 자체가 다르다는 의미이다.
대기업 베이커리 프랜차이즈가 동네마다 진출하는 한국과 달리 이곳의 이런 프랜차이즈는 밀라노 지역 전체에 기껏 한 두개 매장이 있을 뿐이다. 스타벅스가 이탈리아의 동네 카페나 바르를 문닫게 만드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이탈리안에게 카페를 마시는 행위는 그저 루틴, 일상생활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이들이 커피를 소비하는 행태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호기심에 한번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을 가보았다. 일반 이탈리아 bar나 caffeteria와 달리 엄청난 규모에 깜짝 놀랐었다. 매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원두 기계가 시야를 사로잡았다. 많은 바리스타들이 카페를 만들어주는게 인상적이었다. 카푸치노를 주문해 마셔보니 딱 카푸치노이다. 한번 와 봤으니 되었다 싶었다.
bar에서 마시는 카푸치노는 바리스타와 스몰토크를 할 수 있게 해주고 동네 소식을 듣게 해준다. 이렇게 거대하고 압도적인 장소에서 만들어주는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그런 무드는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이제 일부러 스타벅스를 찾아가는 일은 없다. 3유로면 이렇게 훌륭한 카푸치노와 브리오슈에 스몰토크까지 즐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