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나무 아래』

(박노해, 느린걸음, 2003)을 읽고

by 도도히


천년 비바람을 견디는 올리브 나무


이 책은 사진 에세이집이다. 전쟁과 고난의 땅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과 희망을 담았다. 팔레스타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에서 촬영한 37장의 사진과 짧은 글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력을 비추어 낸다.

올리브나무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천 년 이상 생존하며, 그늘과 열매를 제공하는 생명의 나무다. 시인은 이런 올리브 나무를 통해 고난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강인함과 희망을 표현한다.


이 책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강인한 사람들과 올리브 나무의 상징성에 대한 글이다. 흑백 사진과 함께 실린 짧은 글을 통하여, 그곳 주민들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고, 감동하게 된다.


"말 없는 격려, 속 깊은 사랑, 은밀한 가호.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지켜주는 나무하나. 세상에는 그토록 묵중하고 한결같은 사랑의 사람 하나 있다."(p.88)


시인의 반전, 평화운동

저자는 7년여 감옥생활을 마치고 나와, 분쟁지역을 다니며 평화운동을 펼친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곳, 분쟁이 끊이질 않는 오지를 찾아다니며 고행의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2003년 이라크 전쟁터를 시작으로, 가장 그늘진 분쟁지역을 찾아가, 못가진 자들의 삶을 사진과 글로 전한다. 가장 고통스런 험지에서 인간의 잔인함과 폭력, 세상의 차별에 대하여 꾸밈없는 이미지와 짧은 문장으로 소리를 낸다. 그가 전하는 진실과 사랑에 독자는 감동을 받고 진지하게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은 요르단 제라시를 시작으로 이라크, 시리아, 팔레스타인, 레바논, 이스라엘 등 중동 지방을 떠돌며 그곳 주민의 삶을 전한다.


부활과 희망의 상징, 올리브 나무

작가는 왜 포도나무나, 무화과 나무가 아닌 올리브 나무에 주목하였을까. 인류 역사에 최초의 유실수이기 때문일까. ’감람나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고전에 실리고 성전에 빠지지 않고 등장 때문일까. 또는 사막같은 척박한 땅에서도 강한 생존력을 갖춘 나무의 생리 때문일까. 작가는 이 나무가 가장 주민들의 삶을 닮았으며, 그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희망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뭉텅 잘리고 불에 태워져도 다시 싹을 틔우는 ‘부활의 나무, 생명의 나무’란다.


올리브 나무는 버릴 것이 하나 없는 희망의 나무, 사랑의 나무다. 열매를 거둔 후, 잘린 가지조차 가축의 먹이가 되고, 가구와 땔감으로 사용된다. 그들이 삶의 터전을 짓밟히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올리브나무의 영향이란다.


올리브 나무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점령한 후 최소 250만 그루가 잘리고 불태워졌다. 작가는 전쟁 중에 폭격을 맞고도 살아남아 새잎을 내는 나무를 보며 감동한다. 폐허가 된 분쟁지역을 다니다가, 작가는 다치기도 하고 심신이 지쳐 울던 때가 있었다. 그 순간, 그를 기다린 듯 몸을 기울여 서 있는 올리브 나무를 보며 그 아래 기대어 울었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그렇게 이십여 년을 오지를 떠돌면서 수많은 포토에세이를 펴냈다. 여러 곳을 떠돌면서 아프게 보고, 지치도록 걷고, 정신을 하얗게 불태운다. 그 속에서 자신이 무엇인가를 묻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으며 성찰한다. 독자도 그와 함께 오지탐험을 하며 새롭게 눈을 뜬다.


시시각각 지구촌의 모든 일상이 공유되는 시대에 그가 전하는 사진과 메시지는 새롭거나 크게 놀랍지 않다. 사람 사는 곳이 어디나 전쟁터요, 생존하기 위한 악다구니가 소용돌이치기 때문이다. 딱히 분쟁지가 아니더라도 삶의 현장은 온갖 차별과 불공정으로, 뿌리 깊은 갈등이 내재해 있다. 가난, 억압, 폭력 등 불행한 사태가 상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백 사진으로 전해오는 그의 진실한 메시지는큰 울림을 주고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어느 소년의 순박한 눈빛과 웃음이 희망이 되고, 햇빛에 검게 그을리고 주름진 노인의 정직한 노동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한 끼 떼우기도 빠듯한 살림이지만 낯선 행인에게 빵을 나누어주는 가난한 사람들이게서 따뜻한 인간미를 느낀다. 이들의 모습에서 ‘사랑과 헌신의 올리브나무’를 떠올리며, 감동을 받는다.


사람도 나무도 강한 불볕과 모진 바람으로 단련을 한 후에야 값진 열매를 맺는다. 천년의 고목나무는 뒤틀리고 구멍이 뚫리고 상처가 많으나 그만큼 깊은 그늘을 준다. 책장을 넘기면서, 새삼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우주를 지붕 삼아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삶이 부럽다가도, 견딜 수 없이 외롭고 위험한 고행이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든다. 삶이 무엇이기에 쉽고 편한 길을 버리고 고행을 자초하는가 묻는다.


삶은 끊임없는 투쟁의 연속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인생은 끝없는 수업과정, 하나의 해답은 또 하나의 질문이다.’ 한 고비 넘기면 또 다른 고비에 직면하는 게 인생이다. 고난의 연속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권태와 무력감 속에 매몰된다.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불행도 없다. 만물은 유전한다. 순리대로 강물따라 흘러가야 하리라.


"나만을 위한 나일 때 나는 얼마나 작은가 "


화무십일홍, 벚꽃이 피는가 했더니 열흘도 못 버티고 비바람에 다 지고 말았다. 꽃은 서두르지 않으나 멈추지도 않는다. 꽃이 진다고 섭섭할 일도 아니다. 꽃이 져야 열매가 열리기 때문이다. 짧은 글 속에 다 담아낼 수 없었을 행간의 의미를 생각한다.


시인을 따라 올리브나무 아래 지친 심신을 기대어 본다. 야생화를 깔고 별밤을 이불 삼아 바람 속에 잠을 청해본다. 사랑과 나눔의 삶을 살라는 시인의 말을 생각하며 글을 맺는다. 가벼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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