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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아 고마워 17화

내가 놓친 간식

by 미소천사맘


병실을 나서며 주머니에 5만 원을 넣었다.
무엇을 먹을까? 달콤한 간식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그 상상 하나만으로도 오늘은 조금 설레는 하루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은 그 작은 욕심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병원 계단을 오르던 중 몰려온 통증에 숨이 턱 막혔다.
한 발, 또 한 발. 단순히 계단을 오르는 일이 이렇게 힘겨울 줄이야.

병실로 돌아오는 길은 더 길고 더 허무했다.
기대했던 간식은커녕, 애써 움켜쥔 기운마저 흘려보낸 듯했다.
아쉽고 허전한 마음이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그 돈을 주운 누군가가 맛있는 음식을 사 먹을지도 모른다.
나 대신 그 작은 행복을 누린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내 허무함은 잠시였고,
누군가의 기쁨으로 이어졌다면,
그 길 위에 흘린 지폐도 충분히 쓸모를 다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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