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보물지도를 만들기.
사랑하는 아이도 있고, 성실한 남편도 있다.
평범하게 살아갈 돈도 있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비어있는 건 왜일까?
나는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부자가 되는 것은 크게 원하지 않는다.
물론, 부자가 되면 좋을 거 같긴 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부와 명예에 크게
욕심이 없다.
하지만, 현재 내가 원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도
마음 한 편에 있는 빈 공간은 채워지지 않는다.
심지어 그 공간의 크기가 꽤 크다.
외로워서 그런가 싶어서 친구들을 만나본다.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웃고
즐기는 시간에는 몰랐다가,
혼자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그 공간이 더 차갑게 느껴진다.
기분이 울적한가 싶어서 여행을 가 본다.
하지만 그 공간은 여전히 남아있다.
음식을 먹어도, 쇼핑을 해도
공간은 채워지지 않는다.
분명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도대체 왜 이 공간은 채워지지 않을까?
행복과 공허는 반대의 느낌이 아닌가 보다.
반대였으면 행복했을 때 마음이 채워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걸 보니….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코디네이터분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시는데
그 이름이 너무 어색하고 반가웠다.
한동안 불리지 않던 나의 이름.
내 마음의 빈 공간은 나의 이름이었다.
내가 공허했던 이유는 나의 이름을 잃어버려서였다.
나의 인생인데, 엄마, 아내, 딸, 며느리로만 살아가다 보니 인생에서 내가 뻥 하고 비워져 버린 것이었다.
내가 없어진 그 공간을 나로 채우지 않고,
다른 것들로만 채우고 있었으니
채워지지 않은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너무 기뻤다.
비워진 것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잘 채워가면 되는 것이다.
나를 어떻게 하면 채울 수 있을까?
나는,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내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을 자주 만나게 되면 타인의 것으로 내가 채워질 수 있다.
나로 온전히 채워지고, 나를 잘 알기 전까지는
최소한의 만남만 가지기로 한다.
이것이 나의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방법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타인에게 쏟았던 관심을
나에게로 돌리기로 한다.
무작정 나의 안으로 이것저것 넣으면 안 되니,
나를 잘 채우기 위한 전략을 짜기 위해서
예쁜 수첩과 어울리는 펜을 하나 산다.
이 수첩의 첫 페이지는 중학생 때
다이어리 꾸미기 하면서 많이 했던
나만의 프로필을 작성하는 걸로 시작했다.
나의 얼굴이 나온 사진도 인쇄를 해서 붙여 넣었다.
그리고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
일기부터 작성하기로 한다.
지금 이 순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잃어버린 과거의 나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나의 연결 고리가
되어 줄 것이라 믿고 있다.
이 수첩은 나라는 보물을 찾기 위한
보물지도가 될 것이다.
그렇게 나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
나는 고독을 선택했다.
고독은 나를 공부하는 시간으로 채워나갈 것이다.
고독의 시간이 끝이 났을 때는,
예쁜 보물로 채워진 반짝반짝한
내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