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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영 Sep 07. 2024

셀프 위로

나도 엄마가 필요하긴 해.

아이가 아파도, 아이가 다쳐도.

남편이 살이 빠져도, 남편이 승진을 못 해도.

모든 것이 다 내 탓 같다.  

   


우리 집 막둥이는 급성 후두염에 잘 걸린다.

새벽에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리며 숨넘어가는

울음을 터뜨린다.


올 게 왔구나. 자다가 나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는다.

숨을 잘 못 쉬는 아이의 곁에서 안절부절못하며

핸드폰으로 급성 후두염을 검색하다가

냉장고 문을 열고 차가운 공기를 쐴 수 있도록

아이를 그 앞에 앉혀 놓는다.

그다음 네블라이져 기계를 켜고

네블라이져 마스크를 아이의 입과 코에 씌워준다.     


그동안 혹시 응급실에 가지 않을까 싶어서

후다닥 가방을 싸 놓는다.

내가 가방을 싸는 사이

아이의 숨소리는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렇게 아이를 다시 재우고 난 뒤.

고요한 적막 속에서 눈물이 왈칵 터져 나온다.

나의 잘못으로 아이가 잘못될까 봐 너무 무서웠다.

한참 동안 울다가 맥주 한 캔을 꺼낸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아이가 몸이 약해졌나 싶어서 쇠고기를 사서

구워다 주어도,

고기를 굽는 동안 아이가 탁자에 부딪혀

다치기라도 하면 다 내 탓인 거 같다.   

  


엄마의 집안일.

온종일 열심히 정리하고, 쓸고 닦아도 아이가 하원하고 5분이 지나면 도로 아미타불이 된다.

온종일 한 청소가 의미가 없어진다.

나름으로 열심히 음식을 해도 매일 똑같은 반찬을 돌려하는 느낌이다.

돈을 모아도 잘 모이지도 않고,

괜히 남편 눈치가 보인다.   

  


엄마로 산다는 것은 참 외롭고 서러운 것 같다.

힘들다고 하면, 밖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집에서 노는 사람이 뭐가 힘드냐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괜스레 찔려서 말도 못 한다.

집에서도 노는 거 아닌데, 일한 티가 안 나서

생색도 못 낸다.

    

이렇게 아이가 아프고, 유달리 지친 날에는

나도 위로를 받고 싶다.

하지만, 남편은 회사 일로 지쳐있고,

친정 엄마에게는 타박을 들을 거 같고,

친구는 친구 나름대로 힘든 일들이 있어서

쉽사리 위로해 달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위로를 받고 싶은 날이면,

맛있는 안주 하나 배달시켜서 캔맥주 한 캔을

마시고 난 다음.


나 스스로 위로를 해 준다.



내가 나의 엄마에게 듣고 싶은 위로를

나에게 해 준다.     

“아이가 아픈 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많이 놀랐지? 고생했어.”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

 그냥 네가 아이들의 곁에 있어 주는 것만 해도

 아이들은 큰 행복을 느낄 거야.”

“지금 너의 이 불안한 삶은

너의 미래를 위한 큰 경험들이란다.”

    

“너무 잘하고 있어.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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