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가 필요하긴 해.
아이가 아파도, 아이가 다쳐도.
남편이 살이 빠져도, 남편이 승진을 못 해도.
모든 것이 다 내 탓 같다.
우리 집 막둥이는 급성 후두염에 잘 걸린다.
새벽에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리며 숨넘어가는
울음을 터뜨린다.
올 게 왔구나. 자다가 나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는다.
숨을 잘 못 쉬는 아이의 곁에서 안절부절못하며
핸드폰으로 급성 후두염을 검색하다가
냉장고 문을 열고 차가운 공기를 쐴 수 있도록
아이를 그 앞에 앉혀 놓는다.
그다음 네블라이져 기계를 켜고
네블라이져 마스크를 아이의 입과 코에 씌워준다.
그동안 혹시 응급실에 가지 않을까 싶어서
후다닥 가방을 싸 놓는다.
내가 가방을 싸는 사이
아이의 숨소리는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렇게 아이를 다시 재우고 난 뒤.
고요한 적막 속에서 눈물이 왈칵 터져 나온다.
나의 잘못으로 아이가 잘못될까 봐 너무 무서웠다.
한참 동안 울다가 맥주 한 캔을 꺼낸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아이가 몸이 약해졌나 싶어서 쇠고기를 사서
구워다 주어도,
고기를 굽는 동안 아이가 탁자에 부딪혀
다치기라도 하면 다 내 탓인 거 같다.
엄마의 집안일.
온종일 열심히 정리하고, 쓸고 닦아도 아이가 하원하고 5분이 지나면 도로 아미타불이 된다.
온종일 한 청소가 의미가 없어진다.
나름으로 열심히 음식을 해도 매일 똑같은 반찬을 돌려하는 느낌이다.
돈을 모아도 잘 모이지도 않고,
괜히 남편 눈치가 보인다.
엄마로 산다는 것은 참 외롭고 서러운 것 같다.
힘들다고 하면, 밖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집에서 노는 사람이 뭐가 힘드냐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괜스레 찔려서 말도 못 한다.
집에서도 노는 거 아닌데, 일한 티가 안 나서
생색도 못 낸다.
이렇게 아이가 아프고, 유달리 지친 날에는
나도 위로를 받고 싶다.
하지만, 남편은 회사 일로 지쳐있고,
친정 엄마에게는 타박을 들을 거 같고,
친구는 친구 나름대로 힘든 일들이 있어서
쉽사리 위로해 달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위로를 받고 싶은 날이면,
맛있는 안주 하나 배달시켜서 캔맥주 한 캔을
마시고 난 다음.
나 스스로 위로를 해 준다.
내가 나의 엄마에게 듣고 싶은 위로를
나에게 해 준다.
“아이가 아픈 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많이 놀랐지? 고생했어.”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
그냥 네가 아이들의 곁에 있어 주는 것만 해도
아이들은 큰 행복을 느낄 거야.”
“지금 너의 이 불안한 삶은
너의 미래를 위한 큰 경험들이란다.”
“너무 잘하고 있어.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