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간다는 건.
아이를 위해서 나의 인생을 내놓는 것.
아내로 살아간다는 건.
한 남자에게 사랑받고 예쁘던 여자가
그 남자의 엄마가 되는 것.
남편을 따라서 아무도 없는 타지로 가게 되었다.
첫째 아이 출산 후 그토록 열정적으로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 이후로 그대로 경력단절 주부가 된다.
성취감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가치관이었던
나에게 전업주부의 삶은 안정감은 가져다주었지만
끝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커리어를 쌓았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안겨다 주었다.
전업주부가 우울증에 걸렸다 하면
다들 배부른 소리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아이들을 곁에서 돌보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행복이다.
하지만,
나의 삶에 대한 상실감은 어떡하지?
나 자신이 이대로 영영 없어지면 어떡하지?
앞으로 나는 일을 못 하게 되면 어떡하지?
늙을 때까지 나는, 누구 엄마, 누구 아내로만
살게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불안해지고, 서글퍼지고, 억울해하다가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다.
괜스레 남편이 미워진다.
같이 결혼하고 같이 아이를 낳기로 해서 낳았는데,
내 인생은 갑자기 송두리째 사라진 느낌인데,
남편은 변한 거 하나도 없어 보여서 뭔가
억울하고 밉다.
그냥 밉다.
이대로 평생 불안과 우울의 늪에 빠져서
죽는 것보단,
늪에서 어떻게라도 허우적거려서 탈출해야겠다.
아이와 남편의 완전한 엄마, 아내로 사는 것이 아닌
내 삶을 살아가면서 엄마라는 역할.
아내라는 역할을 하며 살아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