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던 아버지가 가끔 하시던 말씀이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 무시를 다 참아가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가족들마저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
서럽다. 아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서 술을 마시며 내가 나를 달래준다.
SNS를 하며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던 나.
최대한 멋지고 예쁜 모습으로 피드를 올렸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의 ‘좋아요’를 받지 못하면 초조해하는 나를 발견했다.
세상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다.
세상이 나를 무시하고,
세상이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일인가?
세상은 나를 무시할 수 없다.
무시할 거란 나의 추측이므로 증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추측을 하면서 나를 괴롭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내가 나를 무시하고 있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부모에게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는
어딘가 모르게 귀티가 난다.
부모가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깔끔한 옷을 입히고, 신경을 써서 음식을 먹이고
아이가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때에 맞는 훈육을 한다.
그 아이에게는 뭔가 아우라가 흐른다.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아우라.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그 아이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다.
그랬다가는 든든한 부모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뿐만이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가치를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게 되면
타인도 그것을 금방 알아챈다.
일단, 눈빛부터 흔들린다.
내가 나를 무시하니까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말투에도 자신이 없다.
내가 나를 믿어주지 않으니 내 의견에
확신이 없는 것이다.
자세도 바르지 못하다.
내가 나를 인정해주지 않으니 내가 하는 것은
다 잘못된 것이고,
다른 사람이 내가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서
점점 기가 죽는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
나약한 태도로 타인에게 비친다.
인간도 동물이므로 나약하면 잡아먹힌다.
무시당하고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는
다른 아이에게 맞거나 억울한 상황이 일어나도
부모에게 안겨서 한번 크게 울어주고 금방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어차피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이 있으므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나를 무시하지 않고 인정해 주게 되면,
다른 사람의 무시는 나에게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된다.
스스로 무시당할 일이 아닌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부족하다면 그것을 스스로 고쳐나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인정받지 못함이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된다.
나의 노력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만족한다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이 된다.
그 시선이 설령 좋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나를 예쁘게 봐주는 나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든든한 빽이 있는 사람은 무엇을 하든지,
용기가 있다.
사랑을 듬뿍 받는 사람은 무엇을 하든지,
활기가 있다.
누군가의 믿음을 받는 사람은 무엇을 하든지
확신이 있고, 자신감이 있다.
그 모든 것들이 눈빛과 태도에서 나타난다.
나에 대한 확신과 인정은
타인에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타인에게서 나의 가치를 구걸하는 순간,
가치는 하락하게 되고 무시당한다.
그 결과 또 술로 스스로를 달래거나
SNS 좋아요를 기다리는 모습이 되는 것이다.
나 자신을 구걸하는 아이로 만들지 말고,
부모가 아이를 사랑해 주듯이 스스로를 부모라
생각을 하고, 깔끔한 옷을 입혀주고
좋은 음식을 먹이며,
적당한 훈육을 하면서 신경을 써주자.
그리고 그런 못난 나 자신도 내가 직접
품어주고 무시하지 말고 인정해 주자.
분명히 나에게도 다른 누군가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아우라가 생길 것이다.
이 세상에는 무시당할 사람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TO. 아빠에게.
아빠를 걱정하고 미워한 적은 있어도,
한 번도 무시한 적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