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얼마를 준비하라고요?

캠핑의 시작과 예산 결정에 대하여

by 글봄

이제 '캠핑'이라는 취미가 왜 다른 취미들보다 진입장벽이 높다고 여겨지는 내용일 것이다. 일단 다른 취미보다 캠핑 장비는 이것저것 너무나도 많고, 주변의 지인이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사라는 것도 많고 제 각각이다. 공통되는 몇 개의 장비들을 장바구니에 넣고 보면 '이게 맞나' 싶을 거다. 아마 이걸로 고민하지 않는 입문자들은 읽지도 않을 거 같아 한정적인 자본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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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예산과 장비의 선택은 정답이라고 하기 어렵다. 공급자도 많고 비슷한 모양으로 매번 신형이라는 이름으로 생산해 낸다. 그리고 앞서 적은 것처럼 추구하는 캠핑의 방향성이 다르다 보니 각 장비가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 안정성이라던지, 내구성이라던지, 경량화라던지 말이다.

구체적인 대화를 하기 전에 이 글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글을 적고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차는 다 굴러간다. 그랜저나 아반떼나 다 굴러간다'


맞는 말이지만 이 말을 깨우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말은 쉽다. 나 역시도 '장비'에 대해서 매몰된 적이 있었다. 캠핑을 시작하려고 장비를 이것저것 알아보고 캠핑샵과 고르고 골라 장비를 모아 캠핑을 다니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장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어렵게 고르고 고른 나의 '국민'장비들이 작아지는 것을 느끼기도 하고 나 스스로 너무나 가성비를 찾은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한 번은 그냥 우리가 소위 말하는 갑바?(나쁜 일본어!)라고 하는 파란색 합성수지 비닐로 타프(천막)를 치고 원터치 텐트와 집에서 가져온 가스버너로 캠핑을 가족들과 여유롭게 즐기는 가족을 보기도 했고 한 번은 어디 해수욕장이나 편의점 앞에 있을 것 같은 사이다 회사 크게 적힌 녹색과 흰색이 조화롭게 배치된 파라솔 아래에서 가스버너와 플라스틱 케이스로 가림막을 만들어 고기를 구워드시며 캠핑장에서 다정하게 차박을 즐기는 캠퍼들을 보기도 했다. 캠핑장에 가서 이래저래 남의 피칭을 구경하러 돌아다니다 보면 꼭 한 사이트씩은 원터치텐트를 갖고 오셔서 가볍게 캠핑을 즐기시는 분들이 꼭 계신다.


처음의 나는 단순하게 기능적인 것보다 비용적인 것이나, 심미적인 것에 가치를 두고 다른 장비를 평가하고 내 장비와 비교하고 교체하곤 했다. 저렴한 저런 류의 제품은 뭐가 문제며, 어떤 걸 사야지 오래 쓴다는 리뷰어들의 이야기에 캠핑장에서 마주하는 다른 캠퍼가 얼마나 구하기 힘들고 비싼 장비를 들고 와서 쓰고 있는가? 에 대해서 다른 이들의 캠핑의 점수를 매기기도 했다. 아무래도 빈 땅에 겉으로 보이는 게 텐트이고 장비이뿐이다 보니 속물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게 문제다.


장비는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속세의 찌듦에서 벗어나 디지털 디톡스를 행하며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일렁이는 바다의 윤슬과 파도소리를 듣기 위해 나온 거지 누군가에게 장비를 보이려 온 것은 아니다. 장비는 나만의 욕심이고 나만의 유희이며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그것에 부합하기만 하면 된다.


지금은 가볍게 편하게 다니시는 분들을 보며 자신의 현재의 가용/계획예산 안에서 이 좋은 취미, 행위를 즐겁게 즐기고 계시는 것이 불편함을 무릅쓰지 못하는 나와 달라 멋있기도 하고 그 와중에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장비? 가격? 희소성? 그게 무슨 상관인데, 나는 자연을 즐기러 온 건데.


이와 같은 세간의 평가와 광고가 잔뜩 묻은 리뷰어들이 가용예산이 100만 원인 사람에게 20만 원짜리 신상 체어를 사라고 하고, 200만 원짜리 신상텐트를 사라고 한다. 그 장비가 아니면 모든 장비가 별로라는 듯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많은 초보와 기웃거리는 사람들에게 '캠핑은 비싸고 두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캠핑은 장비를 뽐내는 게 아니라 자연에 머물러 가는 행위다.


다른 누군가가 내 장비를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지더라도 무슨 상관이야? 내가 좋고 편한데? 내가 여기에 더 쓸 돈이 없는데?!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남과의 비교와 장비라는 물질에 대한 집착이 중복투자를 만들고 더 많은 돈을 쓰도록 만들고 접근할 수 없도록 한다.


캠핑에서 나한테 불편한 부분이 누군가에겐 신경 쓰이지 않는 부분인 것도 있으니 정말 필요한 몇 가지만 일단 갖추고 시작하면 된다.


그냥 그렇게 일단 시작하면 돼.


그럼 우리는 어디에 돈을 써야 하는가? 에 대해서 알아보자. (특정한 장비의 추천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우리가 캠핑에서 영위하는 행위는 "자고, 먹고, 쉬고"다. 일반적으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므로 공간을 구축하는 장비에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맞다. "자는 공간"(=침실)을 "텐트"로 규정하고"먹고 쉬는 공간"을 "타프" 또는 "거실"로 규정한다.

1000000753_detail_075.png DOD 사의 헥사 타프

초보캠퍼의 입장에서 "자는 공간"은 "차량"으로 해결하여 "차박"으로 텐트비용을 아낄 수도 있고 봄과 가을에 한정하여 저렴한 원터치 텐트로 시작할 수도 있다. "먹고 쉬는 공간"은 2~4인용 크기의 타프를 중고로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내가 추천하는 것은 모든 것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거실+침실을 갖춘 '리빙쉘 텐트'와 '터널형 텐트'중 하나를 선택하여 중고로 구매하는 것이다. 만약 타프를 선택한다면 저렴한 '원터치 텐트' 혹은 백패킹용 2인용 텐트를 추천한다. (MSR 엘릭서 2 정도도 나쁘지 않다.(내가 갖고 있어서...))

B1_3888.jpg 스노우피크의 리빙쉘 텐트 리빙쉘 텐트
화면 캡처 2025-02-12 001019.png 코베아의 터널형 텐트


당연히 신품으로 구매하는 게 좋겠지만 이 취미에 매력을 가질지도 안 가질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극강의 가성비를 위해서는 적당한 중고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신품으로 구매해도 한 번이라도 피칭(설치)을 하는 순간 중고가 되는 캠핑 장비인데 몇 번을 캠핑을 갈지도 모르는 당신에겐 그 기회비용으로 다른 장비 사는 데 보태는 걸 추천하겠다. 그리고 캠핑장비는 취향에 따라서 금방 중고로 판매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할 수도 있다.


혹시나 브랜드를 특정 브랜드로 맞추고 싶으면 다른 부속장비의 가격을 보면서 신중히 생각하고, 원하는 색깔이 있다면 일단 절대적으로 색깔은 맞췄으면 좋겠다. 백패킹이 아니고선 은근히 깔맞춤은 신경 쓰인다.


그래서 나는 얼마 썼냐고?


필자의 첫 번째 캠핑 장비는 5만 원짜리 카르닉 원터치 텐트였고, 이케아에서 산 1.5만 원의 베드 테이블, 그리고 마트에서 산 2만 원 돈의 부루스타가 끝이었다. 그리고 코로나와 함께 다시 시작한 캠핑에서 자주 다니기도 했고 내 눈에 이쁜 게 좋아 당시에 할인 없이 제값 주고 신상으로 꽤 많이 구매했다. 시대가 시대이던 때와 불나방 같은 구매력으로 중고를 더 적극적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언제 변할지 모르는 나의 마음에 되팔이가 중요하다고 구매했지만 중고가는 그렇게 잘 방어되지 않더라. 아무래도 밖에서 모든 풍파를 맞는 물건들이라서 더욱 그런 듯하다. 그래서 지금 보니 오토캠+백패킹으로 490만 원 정도 썼고 103만 원어치 다시 재판매하였다. (총비용 389만 원) 지금 갖고 있는 텐트만 3동이다... 한동은 정리를 해야 할 거 같은데 말이다.

현재 나는 두 가지 방식의 캠핑 장비를 중복적으로 갖고 있기도 하고, 4인 접대캠까지 소화할 수 있다고 말하면 캠퍼 치고 많이 쓴 편은 아닌 듯하다만. 초보인 당신의 입장에선 으억 싶겠지만. 나는 처음에 샀던 텐트 + 타프 세트를 30만 원에 중고로 구매하고 거의 감가 없이 판매하였다. 중간에 오토캠과 접대캠에 관심을 가지면서 약간의 중복 투자를 했었지만 나름 필요하지 않은 물품들은 사지 않았다. 집이 좁아서 다행인 거 같기도 하다.


예산은 정말 가지각색이다. 나처럼 50만 원 이하로도 텐트와 타프를 사고 나머지 집에서 굴러다니는 용품들을 이용하면서 저렴하게 시작하고 개인의 욕심이 적다면 더 이상 비용의 투자를 억제할 수도 있다. 다만, 성격이 하나만 진득하니 자신의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가지 못할 경우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긴 한다. (나는 들어간 돈과 감가가 두려워서 못 바꾸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것도 없다는 가정하에 입문의 입장으로 100만 원 이하로 생각하면 괜찮을 듯하다. 너무 비싸다고? 그러면 50만 원만 들고 당근당근과 초캠장터부터 시작해 보자.


장비병은 정상이고, 비싼 게 이쁜 것도 정상입니다만?


정말로 캠핑에서 장비가 캠핑의 일부기도 해서 그 자체에 진심이어서 이것저것 많이 써보고 금방 되파는 분들도 계시곤 하지만(대다수의 취미에서 이뤄지는 취미를 즐기는 영역의 일부이다.), 평범의 영역에 머무는 사람들은 자신이 최근에 구하기 힘들게 구한 장비들을, 자기에게 가장 좋은 장비 사진을 보기 좋게 찍어 올린다. (그리고 올릴 수 있을 만큼 이쁜 사진만 올린다.) 그러다 보니 그런 장비가 괜찮아 보이고, 이뻐 보이는 장비들을 바라보는 초보 캠퍼의 입장에서는 모두들 그렇게 비싼 장비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고 어느 순간엔 그게 당연해 보인다.


다만, 그런 좋은 장비도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다루기 어려워 애물단지가 되기도 하고, 설치와 유지관리가 서툴러 이쁘지 않은 순간도 있다. 다만 그런 좋은 장비가 이쁘지 않아 보이는 사진은 Q&A와 같은 게시판에 있는데, 사람들은 그 사진들을 보지 않고 홍보성 리뷰어나, 정말 잘 찍은 사진만 보다 보니 캠린이들은 언제나 이쁘게, 잘 쓰니 저걸 사야 한다 생각하게 된다.


비싼 게 이쁜 것도 사실이다. 다들 아시죠? 내 눈에 이쁘면 다른 사람들 눈에도 이쁜 거? 그래서 비싼 거. 그러다 보니 예산은 끝도 없이 늘어간다. 위에서 말한 그랜저가 아니라, 페라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굴러가는 자전거로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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