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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Dec 27. 2022

출근 중 만난 아름다운 정경

며칠 전 눈 오는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영종하늘도시에서 영종고등학교까지 도보거리 6km

오늘 아침에도 시원한 바람을 마주하며 걸어서 사무실에 도착했다.


7시 10분 아파트를 나서면 8시 40분 직전에 행정실 문을 열고 들어설 수 있다.

학교는 8시 40분 출근, 17시 40분 퇴근이다.


지각을 하지 않고 매번 시간이 얼추 맞아가는 게 신기하다.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걷다가, 대로 신호등을 세 번이나 건넌다.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허리 돌리기 운동을 한다.


중간 지점이라 생각되는 전소 마을 교차로에서 현재 시간을 확인하고

평소보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면, 잠깐 뛰기도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종 하늘도시 둘레길, 어림잡아 12km 정도를 가볍게 뛰면서 맑은 공기를 즐겼다.

그러나 이제는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잠시 뜀박질을 해보지만, 불과 2~300m를 뛰고 나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걷고 있다.


숨이 찰 정도로 뛰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뜀박질이 낯설다.

이유가 뭘까?

아마도 예전의 내 모습에 비해 튀어나온 뱃살 영향이 아닌가 싶다.


가끔 생각한다.

"체중을 5kg 정도만 감량하자,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가벼움을 느낄 것이고, 뜀박질도 조금만 연습하면 예전처럼 가능할 거야"

그러나.... 생각뿐이다.


내가 어떻게 마라톤 풀코스를 세 번이나 뛰었나 싶다.

하프코스는 여행이나 운동삼아 경기가 열리는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수 십 번을 뛰었다.


눈길이건, 빗길이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토요일 새벽부터 하루종일토록 백두대간 길 30km 내외를 가뿐히 걸어 다녔다.

그렇게 2년 넘게 격주로 다니면서 백두대간 길 780km를 인터넷 산악회원들과 마침내 완주했다.

벌써 12년 전 이야기다.


자전거로도 막걸리와 안주를 넣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 전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르며,

춘천이나 제부도 방향으로 100km 이상을 씽씽 다녔다.

아.... 언제 적 이야기인가?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다.

불과 3~4년 전까지도 준비 운동이란 것을 하지 않고 마구마구 자전거를 달리거나 걸어도, 뛰어도 몸에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었다.


세월이 야속하고 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가을만 해도 교육청 승진시험에서 뜻하지 않은 3진 아웃의 늪에 빠져 5년째 헤매고 있었고,

마지막 승진 시험을 앞두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말은 안 했으나, 나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다행하게도 고통스럽던 기억과 시간들이 무사히 지나갔다.

이곳 영종도에 위치한 고등학교 행정실장 발령을 받아 근무한 지 1년이 되어간다.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함박눈이 내리는 아침,

아름다운 풍경과 시간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


나에게는 다행이고 정말 행복한 일이다.


요사이는 이렇게 걸어서 출근하다 보니 2만 보 걷는 날이 많다.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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