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윈드 Oct 22. 2022

비에 생기를 더해가는 꽃들 그리고 루벤스의 그림 한 점

아침부터 내리는 비가 온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습니다. 며칠 동안 계속되었던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며 또 꽃들에게는 생기를 더해줍니다. 비에 젖어가는 언덕에는 초록이 조금 더 진해진 듯합니다. 빗물은 초록의 앵두나무 잎에도 내리고 붉게 익은 앵두에도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 흐린 하늘이 왠지 반갑게 느껴집니다.      


작은 빗방울은 수국의 꽃잎에서 튀어 나가기도 하고 꽃잎 사이에서 흐르기도 합니다. 보라색 꽃잎 위에 앉아있기도 하고 하늘색 꽃잎 끝에 달려있기도 하네요. 그런데 자꾸만 위로 솟아오르는 메꽃은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요? 나팔 모양의 연분홍 꽃에는 빗물이 가득 고여갑니다.     


야외 카페의 화분에는 작은 보라색 로벨리아 꽃들이 비를 함빡 맞으며 한가득 피어납니다. 빗물이 얼굴에 닿으니 다들 까르르 웃으며 고개를 흔드는데, 비에 젖으니 더욱 산뜻한 색깔을 보여주는군요.      


다양한 분홍색의 색감이 예쁜 서양톱풀의 꽃들도 비에 젖어 촉촉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내리는 비도 꽃의 향기는 씻어가지 못하나 봅니다. 신선한 허브향에 코가 간질간질 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작은 꽃들이 모여있는 분홍색의 꽃다발 사이에 노란 금계국도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군요.      


빨간 버베나 꽃은 온통 빗물 투성이입니다. 마치 물에 빠졌다가 나온 미녀인 듯한데 그럼에도 요염한 느낌이 나네요. 뒤쪽의 흰색 버베나의 꽃에도 빗물이 방울방울 맺혀있군요. 왠지 튼튼한 느낌이 드는 비덴스의 노란 꽃은 빗물을 머금고 있으니 더욱 진한 노란색을 보여줍니다.      


빗물이 담겨있는 진한 분홍색의 사계 국화는 정말 산뜻합니다. 보라색의 로벨리아와 함께 있으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군요. 노란 꽃술과 분홍색 꽃잎에 빗방울이 달려있고 초록색 잎에도 빗물이 가득합니다. 모처럼 비를 맞으니 시원한 느낌인지 모두들 활짝 웃으며 산책자를 반겨주네요.      


     

블루베리의 보라색으로 익어가는 열매에도 탄력이 넘쳐 보이는 초록색 열매에도 빗방울이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빗방울에는 각각 보라색과 초록색이 배어 나오는 듯합니다. 아직 초록인 잎에서는 초록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고요.     


당연히 식물에게는 햇빛도 필요하고 빗물도 필요할 것입니다. 모두 그들이 살아가고, 아름답게 꽃 피우고 또 열매를 맺는 에너지가 될 테니까요. 그런데 햇빛이 식물들의 건강한 성장을 재촉했다면 이제 빗물은 성숙함을 더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강의에서 본 루벤스의 그림 '촛불을 든 노파와 소년(Old woman and boy with candles)'을 다시 봅니다. 수없이 많은 그의 그림 중에서 이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강사의 말에 동의해봅니다. 저에게도 뭔가 따뜻한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그가 주문을 받아 그리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위해서 그렸기 때문일까요?     


깊은 눈매에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 소년에게 촛불을 붙여줍니다. 그녀의 팔에 다가서며 그녀를 바라보는 소년의 눈에는 뭔가 호기심이 가득합니다. 이 녀석에게는 할머니의 주름살이 신기한 것일까요? 그런데 인자한 표정의 그녀는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한 손으로 감싸며 전해주고 있네요. 어쩌면 그녀는 그녀가 오랜 시간 체득한 삶의 지혜를 다음 세대에 넘겨주고 있는 것일까요?     


야외 카페의 창밖에는 조용하게 비가 내리고 마음은 차분해집니다. 왠지 리스트의 '사랑의 꿈(Liebestraum)'을 듣기에 좋은 날씨네요.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사랑의 꿈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죠? 뜨거운 커피도 한 잔 해야겠습니다. 

이전 18화 우아한 쉬땅나무 꽃 그리고 슈만의 '시인의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